시대의 스승 '불쌈꾼 백기완'을 보내며
[배경 사진 설명]
2017년, 여든다섯 살. 박근혜 정권의 국정파탄 규탄과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촛불집회.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백기완은 광장과 거리에 서길 주저하지 않았다. ⓒ채원희
추운 겨울 비정규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러
광장으로 나서는 너의 두 손에 들린
따뜻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잔혹의 거리를 흐르는 눈물 닦으면서도
차마 커피 한 잔을 내던지지 못하는
너의 이름은 노동자다.
2년 전 구의역 그 자리를 그냥 지나지 못해
한참을 멈춰 서 있던 그 시절을 아직 기억한다.
- 김하종, <반성문: 어느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中 -
출처 : 김하종의 브런치(https://brunch.co.kr/@hajongkim20/7)
"'매주 반복되는 평화로운 집회'가 대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젊은이 여러분,
몇 년은 못살았지만 살기가 좀 힘들죠?
그런데 진짜 힘든 게 뭔지 아세요?
여러분을, 이 세상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꾸미는 주역을 만들 생각을 안 하고
썩어 문드러진 놈들이 만든 틀 거리를 일구는데
이만한 못 하나 돼라, 아니면
벽돌 한 장이 되라고 여러분한테 강요하는 거
바로 여러분들의 창조적인 주체성을 박탈해서
허공에 집어던지는 거
그게 바로
여러분의 생명에 위협을 받는 어려움일 겁니다.
그러니 젊은이 여러분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이 사회에
한 조각 못 아니면 벽돌 한 장이 되어서
그냥 낀 대로 살 생각하지 말고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드는
주역이 되고자 몸부림을 쳐 보세요.
그러면 똑같은 일 초를 살더라도
영원으로 살 수 있을 겁니다. 영원.
젊은이 여러분!
젊은이 여러분. 힘을 내세요.
-뉴스타파 목격자들, <불쌈꾼 백기완> 中 -
시는 무기다
배고픈 이들에게
가장 배부른 무기다
시는 무기다
세상 추운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무기다
시는 무기다
투쟁하는 이들에게
가장 강인한 무기다
당신의
가슴속 깊은 곳에 따스히 자리하여
우리 삶을 보듬을
가장 포근한 무기다
시는 무기다
탐욕스럽고 불의한 이들에겐
가장 따가운 무기다
네 놈들
가슴속 깊은 곳을 쿡쿡 찌르며
평생을 짓누를 가장 잔혹한 무기다.
-김하종, <시는 무기다> -
출처 : 김하종의 브런치(https://brunch.co.kr/@hajongkim20/24)
"세종 이도와 충무공 이순신, 그리고 불쌈꾼 백기완."
문화가 뭐예요?
문화는, 문화는
눈을 뜨고 있어도 앞이 안 보일 때
가랑잎이라도 모아서 불을 지펴가지고
앞을 밝혀 주는 것을
문화라 그러는 겁니다.
맞습니다.
문화라고 하는 것은
추워 떠는 우리들의 몸을
따시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앞을 밝혀주는 것
요걸 가지고서 문화라 그러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쓰레기를 모아가지고
불을 댕겨서
보이지 않는 앞을 당기고 있어요?
하고 있냐고!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 임을 위한 행진곡(백기완 글)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