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꺼낸다

겨울의 서랍을 하나씩 여는 밤

by 김하종

한여름의 빛덩이를

덩굴 속 항아리에 저금해 두었다

가을 끝, 흙 속을 헤쳐

달큰한 계절을 캐어 올린다


갓 꺼낸 고구마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면

우리도 모여든다

붕어빵 틀 속 겨울이 부풀고

종이컵 속 어묵꼬치가 손을 녹인다


김장날 마당엔

절인 배추가 어깨를 기대고

쪽파와 마늘이 속삭이며

겨울나기를 약속한다


군고구마 한 알을 갈라

서로에게 불어 건네면

웃음 위로 겉절이 한 점을 얹는다

달콤함은

나눌수록 더 뜨거워진다


밤이 깊어도

주머니마다 작은 추억 하나

오늘의 겨울을

각자 집으로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