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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Feb 21. 2022

무너진 모래성, 허무한 죽음과 지겨운 삶

언젠가부터는 스스로가 너무 지겹게 느껴진다.


Taylor swift_Nothing New


How long will it be cute all this crying in my room?
방안에 숨어 우는 모습을 언제까지 귀엽게 봐줄까?

When you can't blame it on my youth
더 이상 어리다는 핑계도 댈 수 없잖아.

How did I go from growing up to breaking down?
왜 어른이 될수록 무너져버리는 걸까?

And I wake up in the middle of the night
한밤중에 잠에서 깨.

It's like I can feel time moving
시간이 지나가는 게 매초 마다 느껴지는 것 같아.

How can a person know everything at eighteen
어떻게 어릴 적의 나는 모든 걸 알았는데,

but nothing at twenty-two?
어른이 된 나는 그 어떤 것도 모르게 돼버린 걸까?

Taylor swift_Nothing New


언젠가부터는 스스로가 너무 지겹게 느껴진다. 시간은 나를 빠르게 지나가는데   어떤 것도 해내지 못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글썽거렸다.


엉겨 붙은 생각들로  감지   새벽의 시간은 천장을 울렁이며 거칠게만 흘러갔다. 거친 시간의 파동을 무슨 수로 피할  있을까.  그저 우는 모습이 한심해 보일  있다는  정도만 아는 어른이 되었다.


뭐든지  없이 해보고, 부딪히며 배우고, 또다시 도전하던 어린 시절의 . 울고불고 하면서도 꿋꿋이 버텨오던  어린 나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나만의 모래성을 쌓았다. 


파도  방이면 무너질 모래성이라는  알면서도 개의치 않았다. 그냥 모래성을 쌓는  즐거웠으니까. 언제든  다른 모래성을 쌓을  있음을 알았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의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모래성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슨 모양으로 쌓아야 하는지, 그 어떤 것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 내가 아는 거라곤 파도가 치면 모래성은 무너져버린다는 사실뿐이다.


어차피 사라질 모래성을  쌓아야 하는지, 어쨌든 죽어버릴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하며,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허무한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어쩌면  이미 그런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아니, 어쩌면 혼자 방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는  아직 어른'' 되지 못한 걸까.


허무한 죽음과 지겨운 삶 중 어떤 게 더 나은 걸까. 모든 걸 알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고요히 그녀의 대답을 떠올려본다.


모래성이 사라져버리는 건 허무한 죽음보다는 편안한 숨과 더 닮아있다. 그건 파도가 왔다 가는 것처럼,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모래성이 완성되지도 못한 채 무너지거나, 혹은 완성된 모래성이 생각과 다르게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그건 아이든, 어른이든, 잘났든, 못났든,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일이기에.


충분히 아쉬워하고 속상해하다 다음번엔 다른 방식과 모양으로 모래성을 쌓으면 된다. 그게 색다른 삶을 사는 방식인 것이다. 애써 덤덤한 척하며 '이젠 안 해.'하고 뒤돌아 슬퍼하면 지겨운 삶이 된다.




And will you still want me when I'm nothing new?
내가 새로울 게 없어도, 계속 나를 사랑해줄래?




근사한 모래성을 지어야만 '새로운 ' 되는 것은 아니다. 모래성의 모양은 만들 때마다 매번 달라진다. 똑같은 모양의 모래성은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모래성을 쌓는  멈추지만 않는다면,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색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도 아직은 해내지 못했지만, 모래   일지라도  매일 나의 모래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런 나를  여전히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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