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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an 08.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월 1주차

23.01.02~23.01.08

새해라 기록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주간 기록이라는 게, 안 하다보면 한없이 게을러지더라. 처음에는 자기만족용으로 시작했는데, 그 자기만족이라는 게 자존감을 만들어주는 기반이 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읽고 본 것들을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하지 않고 다시 달리기 위해서 열심히 기록하고, 생산해서 2023년은 내 콘텐츠로 좀 더 구체적으로 내 소설과 서평으로 돈 벌어 먹고 살 계획이다. 나 자신을 믿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쉬워지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그러라 그래>, 양희은, 김영사, 2021


"이자를 받고 싶어요."


신부님은 웃고 있었다.


"첫째, 미스 양의 웃음입니다. 이젠 웃을 수 있겠지요? 돈 때문에 그렇게 어두운 얼굴이었다면 돈을 갚은 후에는 웃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 지금의 미스 양 같은 처지의 젋은이를 만나면 스스럼없이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두 가지가 우리가 받으려는 이자예요."


나는 웃었다. 눈물이 핑 돈 채로.


그러고 보니 당장 그 순간부터 이자를 갚아 나가는 셈이 되었다. 나는 서서히 웃게 되었다. 심지어 울어야 될 때도 웃는 사람이 되었다. 돈으로 때우는 일이라면 차라리 쉬운데, 세상에는 돈 갖고도 때울 수 없는 일이 많다. 바로 이런 신부님의 이자놀이 같은 웃음 말이다.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50년 경력의 가수이자 DJ 양희은의 에세이다. TV나 라디오에서 듣던 그 담담하고 솔직한 목소리가 문체에도 그대로 녹아있어 피식피식 웃음도 나고, 감정 전달도 잘 되던 글. 양희은 가수님의 인생 역정을 모르고, 멋지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정도만 알았는데 읽는 내내 웬만한 소설보다도 더한 굴곡을 보게 되며 눈물도 나고,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양장점 화재 이후 빚을 갚아나가나 했더니만, 엄마가 숨겨둔 빚이 이자에 이자가 붙어 쾅 떨어졌을때, 그리고 오비스케빈으로 노래를 들으러 왔다가 선뜻 돈을 모아 도와준 신부님의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에 무대로 돈을 벌러 나가는 그의 마음, 되어간다는 생각보다는 끝도 없다는 좌절, 그 와중에 손 내밀어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그 마음을 간직하며 베푸는 사람이 된 본인까지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와 감동을 주더라.


가볍게 시작했다가 눈물도 나고, 여운도 많이 남았던 책. 새해 첫 책으로는 최고의 출발이었다.


2. <제2회 문윤성SF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이신주 外, 아작, 2022


겨우 엿새 동안 수유 몇 번 같이 했다고 젖병을 소독해주는 인공지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이렇게 동요하는 자신이 과연 정상적인걸까? 두 사람은 각자 그런, 나름의 자기성찰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中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제2회 문윤성SF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작품집이다. 2022년까지는 특별보급가로 제공되었고, 이후부터는 정가로 판매된다고 한다. 내가 읽은 건 특별보급판이었다(내용이 다른 건 아닐 거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이경 작가의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어>와 존 프럼 작가의 <신의 소스코드>였다. 전자는 그냥 쭉쭉쭉 읽히는데 글빨이 대단했고, 후자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거창한 구라(?)를 태연하게 치는 맛이 있었다.


대상인 <내 뒤편의 북소리>는 엇... 엇? 응? 하는 약간의 충격이 좋았고,


<궤적 잇기>는 어딘가 김초엽 작가가 주는 포근함 같은 것, <사어들의 세계>는 순문학에서 볼법한 정갈한 느낌이 있어 좋았다.


전반적으로 5인 5색의 작가님들의 세계가 다 개성이 있다는 점에서, 요 근래 읽은 수상작품집 중에서는 재미있게 읽은 축에 드는 책이었다. 이 작가님들을 다른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나고 싶다.


▼K픽션 아카이브 리뷰 기록

https://brunch.co.kr/@hakgome/433


3. <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현대문학, 2022


'마음은 중요해.'

랑의 말에 나는 마음이 없다고 대답했고, 랑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목적이야. 네 목적에 가장 빨리 닿으려고 애쓰는 게 마음이야.'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2023년은 한국문학을 다시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새해 첫 도서관 방문 때 고른 책. 브런치 + 노션에 다시 K픽션 아카이브를 시작했다.


(중략)

인간의 마음,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로봇이라는 타자의 시선에서 그리다보면 '이해불능'의 순간에서 오는 아이러니가 주는 재미가 있기 마련이다. <랑과 나의 사막>은 그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랑'의 영향을 많이 받고, 학습해서였을까 고고는 반려인의 죽음을 경험한 동물 내지 인간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람되지만 기시감과 불쾌함의 골짜기 사이의 어드메를 상상하며 읽었다. 선문답 속에서 가치를 찾는 건 중요하다지만, 사막을 내내 걷는 걸 따라가는 간접 경험은 그렇게 재밌는 과정은 아니었다.


다만, 작가에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어떤 '믿음'이었다. 서로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더라도, 서로를 해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믿음. 아주 작은 유대감이 만드는 따뜻함이 내내 느껴진다는 점은 좋았다. 냉랭하고 각자도생한 현재의 결말은 작가가 그리는 49세기의 황폐한 세상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을지언정,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과 내가 지키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고 끝까지 나아가는 의지가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처럼 남더라.


나는 무엇을 믿고 싶을까. 무엇을 간직하고 싶을까. 그리고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K픽션 아카이브 리뷰 기록_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https://brunch.co.kr/@hakgome/434


본 영화

1. <소나티네>(1993)


✅ 이요마 노트(스포 있음)

<기쿠지로의 여름>의 어이! 코노야로 바가야로! 아저씨를 생각하고 켰는데, 생각보다 강렬하고 여운이 있던 영화.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한거 같은데, 그것들이 많이 좋았다고 해야하나...


조직에서 밀리고, 말하자면 정리대상이 된 야쿠자 무라카와가 오키나와로 내려와 보내는 시간들에 대한 영화였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죽는데 슬픔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기타노 다케시 아저씨의 뚱한 표정에 모든 게 다 있는 느낌이었다. 허무함, 공허함, 그것을 넘어서는 없음의 경지.


영화에는 배경음악 없이 정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그 여백이 참 좋았다. 채워진 것보다 더 빽빽하게 내안에 메워주는 그런 모먼트였다. 사실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좋았던 영화. <하나비>도 조만간 볼 예정.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다 본 것도 있지만 이 파트는 다음주중 재정비해서 올릴 예정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스파이 패밀리>(2022)

: 2쿨 완주


2. <릭앤 모티 시즌6>(2022)

: 점점 노잼되는 거 같아서 슬픔


3. <체인소맨>(2022)

: 1시즌 완주


4.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 재미는 있는데 어딘가 역한 구석이 있다.



기타 기록

: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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