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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Nov 10. 2023

13. 공허감과 충만감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unsplash.com

13. 공허감과 충만감

이탈한 일상의 궤도로 복귀하려고 이리저리 애쓰는 요즘이다. 마음 속의 동기부여 에너지를 올려보려고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를 읽기도 하고, 유튜브에 '무기력을 극복하는 법' 같은 키워드를 넣어가며 극복하려하지만 한 번 틀어진 리듬을 되찾기란 쉽지 않다. 나의 발버둥을 캐치하기라도 했는지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내게 영상 하나를 스윽 내밀었다. 라이프코드 조남호 대표의 강연이었다.



30대 인생, 뭔가 '가슴 한 쪽이 빈 채로' 살아가는 기분이라면. | 강연콘서트 "30대의 공허감" | 찜찜함→인생 대전환 | 라이프코드

https://www.youtube.com/watch?v=gvIBxgC0uyY&list=LL&index=1


내 얘기를 하는 듯한 노골적인 제목에 끌려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 시간은 2시간 18분이었고,그 긴 시간이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몰입도가 있던 강의였다. 내용은 간단하지만, 간단치 않았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서울에 내 집 한 채를 마련한다거나 중산층이나 부자로 경제적 레벨을 올린다거나 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 된 요즘, 목표를 세우는 일조차 요원하기만 하다. (이후 본 다른 강의의 내용도 추가하면) 10대들도 SKY진학에 목을 매지 않는다. SKY가 과거처럼 경제적 계급이나 안정감을 보장해주지 않기에 의치한으로 대표되는 메디컬을 노리는 극상위권이 아니면 다들 적당히 살게 된다. 문제는 이 적당함이 사람들을 공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조남호 대표는 어떤 일을 할 때 100퍼센트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 에너지를 남겨두는 일 자체가 공허함을 키운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면 영화에 온전히 몰입하지 않고, 밥을 먹을 때는 밥먹는 감각에 집중하지 않는다. 영화를 켜놓고 밥을 먹으며 이도 저도 아닌, 적당한 행위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남겨둔 것들이 인간의 본성인 '인생을 낭비했다.'는 마음으로 이어져 후회로 연결되는 것.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그는 '치열함'을 제시한다.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현재에 최선을 다해 남기는 것 없이 다 쏟아버리는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더 하지 못할 정도로 끝까지 파본 사람만이 꽉 채운 충만감을 얻을 수 있고, 그 후에야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지(쾌), 좋아하지 않는지(불쾌)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이는 하와이 대저택의 <더 마인드>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인생에 한 번 쯤은 독해져서, 셀프 고립의 상태로 정말 토나올 때까지 해보라는 것. 요지는 내가 스스로 할 것을 정하고, 이왕 할 거면 온전히 그것만 생각하면서 집중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일상에서 <도둑맞은 집중력>의 만연함 속에 살고 있다. 그건 멀티태스킹도 여러 모드로 오가며 다각적인 사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막연함에 가깝다. 당장 나부터도 오늘 아침 침대 밖으로 나오는데까지 3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유튜브로 시사 라디오를 켜놓고, 괜히 인스타 피드를 구경하다가 주식 뉴스와 차트를 둘러보다가 게임 출석체크 이벤트를 하고 다시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인스타로 돌아오는 이도 저도 아닌 적당히 내다버리는 시간들.


애석한 점은 그 시간을 보낸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목표 없이 표류하는 시간은 공허하기 그지없다. 휴대폰을 끈 다음에 밀려오는 무력함과 오늘도 반나절을 버렸구나 하는 자괴감과 죄책감은 덤이다. 회사나 학교라도 다녔다면 강제된 시간들로 말미암아 일상의 틀이 지켜졌을 텐데, 무직자의 상태로는 이런 공허감에 더 취약하다.



다시 스톱워치를 꺼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작업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 초시계가 가는 동안만큼은 다른데 시선이 새지 않고 그것을 집중했다는 뜻이니까. 스무 살 재수학원에 다닐때는 하루에 12시간, 많으면 14시간씩 공부하던 집중력의 리미트가 많이 줄었다는 걸 느낀다. '와. 오늘 하루 진짜 대단했다. 충만하게 보냈다.' 생각하며 엎어놓은 스톱워치를 뒤집으면 딱 3시간 20분 ~ 3시간 40분이 찍혀있다. 충만함 뒤에 따라오는 영감모먼트를 생각하면 이 시간을 더 늘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1분 늘리는 것도 쉽지는 않다.


오랜만에 단기 목표를 하나 세웠다. 하루 6시간 충만하게 보내기. 한 큐에 6시간을 달리는 건 쉽지 않으니 아침(혹은 점심) 저녁으로 3시간씩 2회 나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오늘의 충만을 쌓아서 일주일이 충만으로 가득하기를, 그것이 한 달이 되고, 1년 내내 가득하기를 바라며 스톱워치를 끄러 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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