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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Nov 12.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1월 2주차

2023.11.06~11.12

51%의 성공

궤도 이탈 이후 다시 자리를 잡아가는 중. 반 정도는 무기력하게 보냈고, 반 정도는 다시 루틴을 돌려보려 애썼던 한 주였다. 굳이 따져보면 49대 51로 회복에 성공한 편인 것 같다. 이번주는 인풋에 집중했다. 다음주는 아웃풋 비중을 늘려서 내 작품을 더 펼쳐갈 거다.


이번주의 만족할만한 콘텐츠는 에세이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14편이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깨달음 모먼트가 찾아왔고, 만족스러운 기준점이 생겼다. 이렇게 한 주에 하나씩은 나 자신을 칭찬해서 자존을 챙겨가야지!

https://brunch.co.kr/@hakgome/529


* 이번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나 같은 기계들 / 이언 매큐언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못 먹는 남자 / 정해연

- 진화사고 / 다치카와 에이스케

- 제5도살장(그래픽노블) / 커트 보니것

- [영화] 괴인 / 이정홍 (봉봉님 추천)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해냄, 2023


'They say'에 무조건 맞춰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 어차피 내가 하는 거라면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도 된다는 것. 아니, 그래야 승산이 높고 세상에 통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내 안에 무엇이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깊이 살펴야 한다는 것. 즉, 안테나를 바깥으로만 뻗지 말고 내 안으로도 향하게 해서 내가 가진 걸 알아야 한다는 것. 무조건 세상에 맞출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걸 그들이 원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 오히려 그래야 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저는 그 후로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쓰고 말했습니다. '무조건 세상에 맞추지 말고 내가 가진 걸 세상이 원하게 하라!'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https://brunch.co.kr/@hakgome/526


(...)

그무렵부터 친구들에게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내 생각과는 반하는 것도 '내가 틀렸어. 교정하자.'는 마음으로 제거했으니까. 간간히 의견을 내게 물을 때도 '어차피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을 텐데'하는 생각으로 적당히 답을 했으니까. 그 시간들은 언제나 '나는 틀리고, 회사는 맞으니 바꿔가는 시간'이었다.


그것들은 나를 망치는 태도였다. 내 가치를 낮추고, 무능이로 만든 것도 결국 다 내 탓이었다. 그때의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태도를 바꿔서 내가 가진 걸 내 주변 사람들이, 회사가, 세상이 원하게 하도록 노력했다면 성과가 나든 안 나든 행복하게 일하지 않았을까. 뒤늦게 깨닫는 지금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태도가 전부라는 말마따나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갈 생각이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받은 작은 불씨를 키워 코모디티가 아닌 나만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 나를 키워갈 것이다. 남은 오늘도 온전히 나를 위해 써보자.



2.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웨일, 2023


-

보도란 '누군가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말하는 일이고, 그 하나하나의 고통 역시 누군가에게 속한 것이기에, 취재를 통해 고통에 침범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의 삶에 침입하는 일이었다. 어떤 고통이 문제라고 말하는 건 고통이지만 끝내 당신의 것인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이게 일종의 포르노처럼 소비되어 안방의 시청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위무하는 데,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자신의 계층 안에 더욱 깊숙하고 안온하게 머무르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면서. 서로를 돌아보기 힘든 팍팍한 사회 안에서, 억지로라도 더 약한 쪽으로 시선을 쏠리게 돕는 게 뉴스라고 믿었으니까.


-

왜 원거리의 고통 앞에 우리가 곧잘 무심해지고 마는지, 고작해야 구경 이상의 관심을 쏟기 왜 어려운지, 친근하게 느껴질 때 왜 연민의 감정이 더 자극되곤 하는지, 왜 너/그들에게 공감하기 위해선, 나/우리와의 연결고리가 매번 필요한지, 바깥의 고통에 대비되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나의 행운에 안도하는 방식이나 우리의 성취를 대조해서 상찬하게 되는 건 지나치게 얄팍하진 않은지, 고민이 됐다.

__________


✅이요마 노트

오랜 시간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사건 사고, 범죄, 재해 등을 취재해온 저널리스트 김인정 기자의 에세이다.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 가리지 않고 그가 마주해야했던 수많은 타인의 고통을 보도해야 하는 한 직업인의 시선이 담겼다.


저자는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그러나 현실감 없는 대안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행동에 당위를 부여해 합리화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를 의심하고, 고민하고, 성찰하며 뉴스의 본질, 피해자 서사 보도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끝없이 검열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뉴스'의 권력과 역할이었다. 나는 별 의심도 없이 뉴스는 팩트에 기반한 정보전달이라고만 생각하며 무분별하게 보는 치였다. 때로는 악행을 한 사람을 비난했고, 피해자의 이야기에는 약간의 외면과 안도감, 그다음에야 연민을 더해 영상이든 기사든 소비했던 것 같다.


하지만 뉴스는 편집된 메시지가 담긴 관점에 가까웠다. 날 것의 영상은 모자이크처리 되고, 기자가 배치한 기사와 영상의 순서에 따라 공감을 할 수도, 무관심하게 지나갈 수도 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데스크의 영향에 따라 서울 방송과 지방 방송의 보도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더라.


여지껏 나는 정제된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식있게 사는 거라고 착각을 한 건 아니었을까. 막상 나와 먼 세계, 내가 보지 못하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과 거리두기를 통해 타자화해서, 안온한 나의 세계에 안도감을 느끼며 산 건 아니었을까.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애도하는 마음은 가질 수 있는 것일텐데 살기 바쁘단 이유로 너무 많은 걸 외면하고 산 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에는 이태원, 세월호 참사부터 미화원들의 처우나 날씨 뉴스가 취약계층과 약자에게 미치는 영향, 홍콩 시위와 샌프란시스코의 텐더로인까지. 그가 목도한 고통과 그 고통을 보도하며 한 생각들, 그리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이 담겼다. 자기고백적인 문장들 사이로 저자가 자신의 업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묻어있어 울림이 짙었던 책.


3. <더 마인드>, 하와이 대저택, 웅진지식하우스, 2023


여러분은 성공합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일단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그걸 위해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여러분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렸다면, 이제 그걸 상상해보세요. 무의식은 그렇게 바꾸는 겁니다.:


-

만약 지금 당신이 인생 최악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살면서 정말 다시는 없을 기회가 찾아왔다고.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고, 바로 이때를 기점으로 당신은 정말로, 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

이미 너무 많은 이들이 퇴장해버렸기 때문에 경쟁률 자체가 엄청나게 줄어들어 있다. 사실 성공해본 사람들은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결국 경쟁이란 '그들만의 리그'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살아남은 오직 '소수'만이 성공을 한다.

________

✅이요마 노트

솔직한 말로 위안을 받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책. 어느날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로 보게된 유튜버 '하와이대저택'이 쓴 마인드에 관한 책이다.


왜이렇게 일이 잘 안풀리지. 왜 될듯말듯 계속 안 되지. 생각하면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편의 다리'를 건너는 요즘이다. 이런 저런 자기계발서나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형성한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이상하게 겹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나와의 대화 시간'.


내가 진정으로 무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육하원칙에 의거해서 세세하게 그릴수 있느냐면, 글쎄요... 라고 답할 것 같다. 그런거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어서 나는 그저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라는 답으로 일관해왔던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석촌호수를 찾아가는 길의 예시를 볼 때는 무릎을 쳤다. 지도에서 석촌호수를 정확히 찍으려면 우선 서울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할터다. 강릉도 부산도 아닌 서울에 그것이 있으니까. 그리고는 서울 안에서도 동남쪽 언저리에 찍어야 할 테다. 마찬가지로 그즈음 있을테니까. 그렇게 저자가 범위를 구체적으로 좁히고 좁혀 찍은 장소는 어디였을까? 성수였다. 석촌호수에서 6km정도 떨어진 곳이였다고 한다.


막연히 한국 전도만 펴놓고 언젠간 갈거야~ 하고 아무곳이나 출발점을 잡는다면 어쩌면 타지역만 빙빙 돌다가 서울 근처도 못갈지도 모른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서 크게 잡아두고, 점점 명확하게 세부조정해가도 성수가 나오는게 목표인데, 나는 그저 한국이면 돼~ 하고 있던 건 아닐까 싶더라.


다음으로 기억나는 파트는 비상대책위원회 개념이다. 일생에 꼭 한번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하나에만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70% 80%가 아니라, 제1안건에만 100% 집중하는 시간말이다. 그 외의 것은 배제하거나 최소화하는 올인의 시간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말해준다.


직장을 다닐 때는 어려웠겠지만, 지금의 나는 시간적으로 마음적으로 자유롭다. 비대위를 가동하기에 환경적으로도 셀프고립의 충분한 상황이다. 근데 나는 무엇이 두려워서 이 좋은 기회를 공허함으로 날리고 있는가 싶더라.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생각의 전환이 되자 애매한 노력을 관두고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해보자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더 잃을 것도 없으니 그냥 해보자. 무엇을?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4. <여덟 단어(개정판)>, 박웅현, 인티IN, 2023

-

그러니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답이 나옵니다. 나는 관심도 없고 잘하지도 않는데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기준점을 그쪽에 찍어놓고 산다면 절대로 답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

어떤 인생에나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내가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

요즘 같은 시대에 '본질'을 추구하는 게 고루한 일이 아닙니다. 이토록 빠른 급류 속에서 그 물살을 따라가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때에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무엇인가'입니다. 본질, 진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겁니다.


-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본질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자신을 믿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단 하나뿐인 '나'라는 자아가 곧게 설 수 있으니까요.

________

✅이요마 노트

TBWA의 박웅현이 10년 전 발표한 에세이(혹은 강연록) <여덟 단어>의 개정판을 읽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남은 단어가 하나 있다면 '본질'이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무얼 바라는지,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침대에 누워있다가 이대로 하루를 보내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이 책을 들고 카페에 나왔다. 동네에 유일한 24시간 카페가 다시 열었고, 자리를 잡고 책을 읽었다.


읽는 내내 '본질'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내게도 내 삶의 본질이라는 게 있을까? 목표도 희망도 없이 침대에 찌그러져있는게 내 본질일까. 마음이 센치해서 그런지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더 깊이 내려만갔다.


그러다가 문득 외국에서 유학을 하는 한 친구가 들려준 일화가 생각났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 어학공부를 하던 친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을 소개할 때 뭐라고 해야할지 머뭇거렸다고 한다. 무슨 전공을 하고 회사를 다니다 관두고... 지금은 학생인 그런 상태. 그때 상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공학 학사가 있다면 지금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엔지니어다.' 그 말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다고.


친구의 본질은 엔지니어다. 현재의 상태가 유학생이든, 유학생 준비생이든 상관없다. 그는 엔지니어니까.


다른 사람 하나도 떠올랐다. 소설 수업에서 만난 소설가 선생님이었다. 그는 수강생들 하나하나를 작가로, 그들의 습작을 작품이라 말했다. '등단하고 자격이 있어야 작가가 아니라 쓰는 사람이 작가'라는 그 말씀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의 인정이나 합격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다. '쓰는 사람'이라는 본질이 더 우선되는 거라는 그 말을 나는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솔직히 조급했고, 불안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왜 세상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영역이 없지. 왜 나는 쓰임이 없을까. 내가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이 부족한 건가. 되뇌였다. 그렇다고 눈치가 빠르거나 세상사에 눈이 트여 있는 건 아니어서 대세를 따라가기도 실패했고, 점점 내것을 잃어가는 마음과 함께 공연히 불안해서 내것을 지키지도 못했다. 남은 나의 본질은, 글쎄 있었는데 잃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찾기로 했다. 호불호도, 취향도 없이 인풋을 때려박는 1년반의 시간을 거쳤고, 이젠 다시 20대의 내가 부르짖던 '매스터피스'를 만드는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 그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길이고, 내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을 쌓아가자.



본 웹소설/웹툰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웹툰] 차원을 넘어 이세계 아이돌

: 징버거가 드디어 등장했다. 오예!


2. [웹툰]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 나 귀여운 거 좋아하네..


본 영화

다 본 영화

1.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글쎄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왔을 때의 감상은 뭐지? 잘모르겠는데... 하는 생각이었다. 집에 돌아와 노트를 펴고 스토리를 기억나는 순서대로 장면별로 복기를 해보았다. 2시간 남짓 되는 영화일텐데 복기만 1시간 반이 걸리더라. 그렇게 하고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후계자가 아니라 개척자를 택하겠다는 선택.

우리는 상상력 속에서 살아간다. 다만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만큼의 세계만큼 상상을 한다. 세상의 틀은 내가 보는 콘텐츠의 프레임에 규정된다. 그렇게 읽고, 보고, 익히고, 선별하며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내가 품고 싶은 멋진 것들을 모아 관점을 만들어 간다. 그 관점은 나보다 먼저 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의 작품과 가치에 영향을 받으나 계승한 것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한 시대를 풍미한 자신의 세계 스튜디오 지브리의 유지를 누군가 잇길 바라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그러했듯 미래에 다가올 후배 창작자들이, 콘텐츠 소비자들이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세계에 편입되기 보다, 자신의 손으로 쌓아갈 세계를 만들어가기를 택했으면 하는 게 아니었을까.


두번째는 탑을 쌓는 속도다.

큰 할아버지는 마히토에게 사흘에 1개씩 13개의 블록을 쌓기를 부탁한다. 중요해 보이는 대사들 사이에 낀 이 작은 한 마디가 어쩐지 마음에 닿았다. 2023년의 사람들은 분주하다. 분주함의 기저에는 각박함과 조급함이 숨어있다. 숏컷으로 가고 싶은 욕망, 지름길로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 그러나 한 세계를 설계하는 사람은 졸속으로 세상을 만들어선 안 된다. '좋아 빠르게 가!'로 대변되는 통쾌하고 두툼한(?) 메시지와는 대척점에 선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마히토의 모험처럼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앞으로만 나아가는 여정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무를 수도 없는 선택들을 쌓아가면 우리는 어제로부터 오늘로, 또 내일로 걸어갈 수밖에 없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겪으며 그럼에도 길을 찾아 나서다보면 어느새 이벤트에 도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휩쓸리듯 살지언정 탑은 내가 쌓는 것이다. 신중하게 내 인생의 탑을 쌓을 수 있는 건 내 몫이다. 남들을 따라 최적화를 하든, 대충 쌓아놓고 쓰러질듯 위태롭게 만들듯, 나만의 고유한 성을 만들든 다 내손으로 벌이는 일이다.


그러니 내가 바라는 대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후회없이 다만 고민을 담아 계획적으로, 탑이 완성될 미래를 생각하면서 쌓아가야한다. 그 속도는 사흘에 하나. 더 빨라서도 느려서도 안 된다. 모든건 블록 하나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그것들이 조금씩 축적되어 세계가 되는 게 아닐까.


여운보다는 읭? 으로 끝났지만 그래서 더 복기해보고 상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일상>(2011)

이탈 - 다음주부터 제거. 이정도로 안보는 거면 그냥 안보는 게 맞다


2. <괴인 개발부의 쿠로이츠 씨>(2022)

: 이탈 - 다음주부터 제거. 이정도로 안보는 거면 그냥 안보는 게 맞다


3. <파도여 들어다오>(2023) - 드라마

: 애니메이션과 일드를 동시에 한편씩 비교해보면서 보는 중


4. <스파이 패밀리 시즌 2>(2023)

: 아냐가 돌아왔다. 요르 포저의 비중이 높아서 좋다.


5. <릭앤모티 시즌 7>(2023)

: 릭에 감정을 부여하는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일까. 이렇게 에피소드식으로 또 몇화를 소진하다가 애꾸는 모티는 떡밥만 남기고 끝낼 속셈인가! 아니면 그 대결을 위한 빌드업으로 감정을 심는 걸까.


6. <이두나>(2023)

: 좋은 의미로 스토리 없어도 배우만으로도 이야기가 굴러가는구나 싶은 드라마. 1화만 봤는데도 수지의 폐가 걱정된다.


7. <플루토>(2023)

: 망원 연속체 사장님의 강추로 봐야지 다짐하던 만화. 1화 보는 중, 이렇게 데즈카 오사무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건가...?



본 콘텐츠

1. 30대 인생, 뭔가 '가슴 한 쪽이 빈 채로' 살아가는 기분이라면. | 강연콘서트 "30대의 공허감" | 찜찜함→인생 대전환 | 라이프코드

https://www.youtube.com/watch?v=gvIBxgC0uyY&list=LL&index=1


2시간이 넘는 강연인데 고민하고 있던 주제여서 그런지 빨려들어가듯 들었다. 이걸 보고나서 계속 쓸지 말지 고민하던 글도 이어갔으니 효용은 확실했다.

https://brunch.co.kr/@hakgome/528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일에 충실하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충만한 삶을 영위해보자. <여덟 단어> 박웅현의 말과도 이어진다. 요즘 어떻게 사세요? 라는 질문에 그는 '개처럼 삽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개는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내일의 꼬리치기를 계획하지 않는다고. 오늘 밥을 먹는 것에, 지금 산책을 하는 것에, 바로 현재에 모든 것을 다 쓰고 잠든다고. 지나온 시간들에 발목이 잡히고, 막막한 미래에 침대밖을 나서지 못했는데 남는 건 오늘도 아무것도 안 했다는 죄책감과 자괴감. 덕분에 어제는 내내 자다가 8시반에 힘을 내어 밖에 나갔고, 밤 카페에서 충만함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이런거구나. 이런 작은 데서 시작하는 거구나. 깨닫게 해준 고마운 영상. 알고리즘도 가끔은 도움이 된다.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우울한 마음이 들어 에세이를 시작했다(9/10)

제목은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5623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들 화개(華蓋) - 조만간 다시 시작!

https://millie.page.link/z2wQx



얼룩소에는 글을 쓰곤 한다. - 이제 브런치와 동시연재를 할 생각. 업로드분을 다 옮기는중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잠시 판매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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