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석처럼_트빌리시, 조지아

나의 비단길 이야기-26

by 현진

#85 여행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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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알마티에서 마지나가 데려가 줬던 조지아 음식점. 그때도 너무 맛있어서 조지아에 도착하면 매일 다른 토핑의 하차푸리를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차푸리는 터키의 피데와 비슷한, 밀가루 반죽 위에 치즈와 계란, 버섯 등 여러 토핑을 얹어먹는 음식이다. 모양도 배 모양부터 피자처럼 둥근 원판 모양까지 다양하다. 힌칼리는 만두와 닮은 요리로, 귀여운 찐만두 같이 생겼지만 샤오롱바오처럼 뜨거운 육수가 들어있어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누나가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맛집을 찾아 우리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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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사람들은 탄산음료를 좋아하나 보다. 일반 음식점에서도 콜라나 스프라이트보다는 로컬 브랜드의 음료가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은데, 맛이 꽤 다양하다. 레몬, 라임 같은 기본적인 맛 말고도 바닐라, 배, 풀 맛(?)까지 있다. 병의 라벨에 풀이 그려진 건 의심스러워서 주문할 엄두도 안 났다.


트빌리시 구시가지는 작아서 웬만하면 걸어서 다 둘러볼 수 있다. 구시가지의 중심부인 자유광장을 지나 오밀조밀 귀여운 건물이 늘어서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내가 지나온 이란과 얼마 안 떨어져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스파한의 구시가지가 천일야화 느낌이라면 이곳은 오히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올 법한 유럽의 중세 마을 분위기이다. 그동안 지나온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국인 단체 관광객 무리도 꽤 보인다. 요즘 조지아 여행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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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걸었으니 이제 숙소로 돌아가나 싶었는데 누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야, 아직 3군데나 더 남았거든? 이따가 저녁 먹고 야경까지 보고 들어갈 거야."

이미 하루 여행 허용량을 넘긴 나는 강하게 반대했고, 이 카페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버텼다. 실랑이 끝에 결국 야경은 빼기로 합의를 봤다. 여행을 당하는 기분이 들어 내키지 않았지만 누나와 엄마를 따라 언덕 위의 나리칼라 요새로 향했다. 다행히 언덕 꼭대기까지는 케이블카가 있어 케이블카를 타러 쿠라 강을 건넜다. 고색창연한 도시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쿠라 강변에는 초현대적인 건축물들이 몇 개 자리하고 있다. 유리 지붕이 덮인 평화의 다리는 멀리서 보면 SF영화에 나오는 우주 정거장 같이 생겼다. 다리 뒤쪽에 지어진 콘서트 홀도 마치 커다란 원통을 누가 버리고 간 듯한 모양새다.


20180724_160629.jpg 평화의 다리

나리칼라 요새에서는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평화의 다리와 햇빛을 받아 번쩍 빛나는 원통형 콘서트장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한 황금색 지붕을 자랑하는 성 삼위일체 대성당이 보인다. 도시 전체가 고도 제한이 걸린 듯 평평한 스카이라인을 갖고 있다. 초록빛이 많은 도시의 전반적인 느낌도 마음에 들었다. 내일 가족들을 보내고 트빌리시에서는 느긋하게 여유를 두고 있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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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트빌리시 내려다보기


일찍 일어나 엄마와 누나를 배웅했다. 두꺼운 옷과 다 쓴 필름, 책 같은 내 짐을 한국으로 가져가느라 돌아가는 캐리어가 더 무거워 보였다. 나는 아직 여행이 반절 남았다. 가족들과 있으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모두 혼자 결정해야 한다.

가족들을 보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삶은 달걀과 시리얼 먹기. 완숙으로 먹고 싶었는데 끓는 물에 12분인지 모르고, 불 올리고 12분 뒤에 꺼냈다가 하나도 안 익은 계란이 노른자와 흰자까지 줄줄 흘러내려서 당황스러웠다. 흰자만 대충 빵에 닦아 먹고 노른자는 버려야 했다.


20180728_233558.jpg 옮긴 8인실 방


카우치서핑에서 만난 조지아 친구와 연락을 했다. 그녀의 이름은 탐타, 마침 오늘 할 일이 없대서 만나기로 했다. 호스텔과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마중을 나와줬다.

"오늘 뭐 할 계획이야?"

"계획은 딱히 없는데, 그냥 여기저기 걸어 다닐까 생각 중이야."

"그래? 그럼 내 대학교가 여기 근처에 있는데 같이 한번 가볼래?"
그녀를 앞세워 남의 대학교에 발을 들였다. 조지아의 대학교는 한국의 대학 캠퍼스와는 다르게 생겼다. 일단 대학 건물들이 캠퍼스에 모여있는 게 아니라 단과 대학별로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작은 마을같이 학교 안에 식당, 편의점, 카페, 은행, 우체국 같은 편의 시설들이 같이 들어가 있는 한국과 달리 이곳의 대학 건물은 대로변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대학교라는 느낌보다는 관공서 느낌이 강했다.


마침 이날은 졸업식이 있는 날이라 탐타와 졸업생들 구경을 했다.

"나도 내년 이맘때면 졸업하는데, 빨리 졸업하고 싶어."

"왜, 대학생이 제일 편한 직업 아니야? 나도 학생이지만 학생일 때가 좋지 않을까 하하"

그녀는 모국어인 조지아어와 전공인 영어, 그리고 러시아어에도 유창하고 취미로 한국어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고 했다. 여행하면서 만나는 많은 친구들이 두세 개 언어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말할 줄 아는 것 같아. 물론 스페인어-이탈리아어처럼 같은 어군에 속하다 보니 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를 배우기 쉬운 점도 있지만,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제2외국어를 하나쯤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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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빌리시를 동서로 나누는 쿠라 강을 기준으로 서쪽 편으로는 언덕들이 늘어서 있다. 산이라도 불러도 될 만큼 꽤나 높아 보이는 언덕배기에는 텔레비전 타워가 우뚝 솟아있고, 그 주위로 놀이공원인 므타츠민다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공원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남산을 올라가는 기분으로 산에 올랐다. 몇 시간 전까지 워터밤 같은 행사가 있어서 공원 바닥은 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격렬한 놀이기구를 못 타는 우리는 전망이 좋은 자리를 골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할머니처럼 평화롭게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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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해 탐타에게 간단한 조지아어를 배웠다. 오래된 언어인 조지아어는 발음이 어렵다. 목을 긁으면서 내는 소리, 숨이 좁은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며 내는 소리도 있어서 나에게는 생소한 발음이 많았다. 그리고 한국어에서는 쌍자음까지인 다중 자음이 3개, 4개씩, 심지어 5개가 연달아 나오는 단어도 있어서 발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조지아어는 다른 유럽어와는 달리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 않는 독특한 언어이고, 또 로마자가 아닌 조지아 알파벳을 쓰는데 척 봐도 글자가 고풍스럽다.


20180724_094000.jpg 조지아 글자


언덕을 오르내리는 궤도 전차인 푸니쿨라를 타고 산에서 내려와 탐타를 보내고 혼자 쿠라 강변을 따라 걸었다. 강 옆에 난 도로에는 퇴근시간인지 자동차들이 가득했다. 조지아는 와인이 유명하다는데, 아직 와인을 한 번도 못 먹어봤다. 보이는 아무 와인바에 들어가 웨이터가 가져다준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제일 싼 화이트 와인과 탄산수를 주문했다. 진짜 와인 맛을 느끼려면 레드 와인을 마시라는 말을 예전에 들었지만 나는 와인을 잘 몰라서 시고 떫은맛은 적고 달콤하고 깔끔한 화이트 와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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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미용실 실패 전문가


이란에서 머리를 자르고 1달이 또 훌쩍 지났다. 이쯤 되면 그냥 길러볼 법도 한데 긴 머리의 나는 왠지 어색하다. 다행히 3달 전 카자흐스탄 이발소 대참사의 흔적은 거의 사라졌다. 아침에도 머리를 말리며 '이 정도면 펌도 되겠는데?' 혼자 자라난 머리에 만족을 하며 미용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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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링을 해서 찾아간 곳은 자유광장 근처에 있는 'Podium'이라는 곳. 꽤 고급진 곳인지, 미용실에 개인실이 있었다. 접수를 하면 바로 머리를 감겨준다. 머리를 말리면 개인 시술실로 안내를 해준다. 작은 방에는 거울과 의자, 여러 가지 미용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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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헤어 디자이너 분이 들어오고, 준비해 간 사진을 보여주며 이리저리 머리를 마는 시늉을 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곤란하다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번역기와 눈치로 알아들은 그의 말은 남자 펌을 할 수 있는 장비나 디자이너가 없다는 것. 그는 아이롱을 가리키며 임시로 세팅은 할 수 있지만 펌은 힘들 것 같다며 '아이롱이라도 할래?' 하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지만 실망한 나는 괜찮다며 미용실을 빠져나왔다. 세련된 미용실의 분위기에 기대했지만 역시 이쪽 사람들은 태생이 곱슬머리라 그런지 펌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오기가 생긴 나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믿을 사람인 탐타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커다란 미용실이 있는지 추천을 받았다.

"시내 쪽은 아닌데, 우리 집 근처에 커다란 쇼핑몰이 있거든. 그 쇼핑몰 안에 미용실이 많아. 구글에 이스트 포인트라고 검색하고 버스를 타고 오면 돼. 나도 같이 가줄게!"

그렇게 버스를 40분가량 타고 도착한 쇼핑몰에서 탐타를 만나 곧장 미용실로 향했다. 두세 군데 미용실을 돌며 대뜸 사진을 보여주며 '이 머리 되나요?' 하고 몇 번 물어봤지만 여기서도 대답은 다 똑같았다. 내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컬을 만드는 롤은 없다며 미용실에 있는 롤을 가져와서 보여줬는데, 다들 레게머리 할 때나 쓰는 촘촘이들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남자가 곱슬머리를 펴는 건 봤어도, 펌을 하는 건 못 본 것 같네. 아마 조지아 남자들이 다들 자연 곱슬이라 그런가 봐."

탐타까지 한 마디를 얹자 나도 여기서 포기했다. 미용실 가는 건 달마다 돌아오는 숙제 같은 작업이다.

이 숙제는 다시 대도시인 이스탄불에 도착할 때까지 미뤄두기로 했다. 실망감이 컸지만 배는 고파 오랜만에 먹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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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도서관 졸음 증후군


조지아의 물가가 싼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스텔이 시내 중심지에 있어서 그런지 터키와 비교해 눈에 띄게 싸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점심으로 먹은 까르보나라가 한 접시에 7라리, 한국돈으로 3500원 정도였다. 양도 적어서 3라리 하는 조각 피자를 하나 더 시켜먹었다. 결국 점심값으로 5천 원 지출,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과 비슷했다. 한국에서도 2천 원이면 학식이나 밥버거를 먹을 수 있는데, 갑자기 밥버거가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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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에는 점심때마다 밥버거만 먹어서 '밥버거지'라고 친구들이 놀렸는데, 밥버거는 내 소울푸드였다. 하지만 군 입대 이후 지금까지 3년 간 한 번도 안 먹었다. 친한 동기들과 몰려다니며 토핑 값 몇 백 원을 아껴 동전 노래방에 간다고 토핑 추가도 안 하고 김치와 참치마요가 들어간 밥버거만 꾸준히 먹었는데, 이제는 그 맛이 그립다. 하지만 복학하면 아마 혼자 먹게 되지 않을까, 여행하며 매일 밥을 혼자 먹었더니 이제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밥을 먹으면 다른 사람들과 먹을 때보다 밥을 적게 먹는 느낌이다. 군대에 있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다 잘 먹는 친구들이라 나도 자연스레 먹는 양이 늘었는데, 내가 식욕이 많은 타입이 아니라 혼자 내버려 두니 다시 깨작깨작 먹기 시작했다. 나도 여느 외로운 현대인처럼 먹방이라도 보면서 먹어야 하는지 점심을 먹으며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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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해결하고 향한 곳은 의회 도서관. 조용히 책도 읽고 글도 쓰려고 찾아간 곳이다. 물론 공짜로 개방된다. 당일 입장 허가서를 받아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도서관과는 조금 달리 작은 방이 많았다. 문학, 자연과학, 철학 등으로 분류된 서가가 아니라 방 별로 분류된 책들이 꽂혀있는 느낌이었다. 방들을 둘러보며 조용하고 볕이 잘 들어오는 열람실을 골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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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서전. '그리스인 조르바'와 '미할리스 대장' 같은 그의 소설을 읽고 그의 생애가 궁금해져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지도 않은 것 같은데, 몸이 나른해지며 어느 순간 내용이 아니라 글자만 읽고 있었다. 이러려고 도서관 온 건 아닌데, 엎드려서 잤다. 책만 펴면 자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때 맨날 자는 버릇이 들어서 뇌에 「If 지루하다→ Then 잔다」의 알고리즘이 박혀 버린 것 같다. 그때는 자고 일어나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수록 기분이 좋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지루한 시간을 삭제해버린 느낌이랄까.


자고 일어났더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타임워프, 익숙한 기분이다. 내가 잠든 사이에 같은 열람실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면면이 꽤 바뀌었다. 코는 안 골았겠지? 불안하게 주위를 쓱 둘러보고 태연하게 짐을 챙겼다. 오늘 밤에도 잠이 안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저녁거리 걱정을 동시에 하며 오래된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89 터미널에서 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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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로 가는 야간 버스는 저녁 8시에 떠나고 나는 3시간째 터미널에 앉아서 차를 기다리고 있다. 터미널 바깥은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택시기사와 승객들로 붐비지만, 이상하게 역사 내에 있는 벤치에 앉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지하에 플랫폼이 있어서 간간이 계단으로만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이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이 텅 빈 계단을 쿵쿵 울리면서 내려간다.


7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긴 여름 해는 여전히 서쪽으로 난 창으로 쏟아져 들어와 대합실을 노랗게 물들인다. 나는 해를 피해 기둥을 등지고 앉았다. 마주 보는 벽에는 커다란 시계가 걸려있다. 초침은 없지만 매분 분침이 떨어질 듯 덜컹 움직인다. 휴대폰은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꺼두었기 때문에 버스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시계 쪽을 수시로 쳐다봤다.


트빌리시 중앙 버스터미널은 규모가 꽤 크다. 국내 노선뿐 아니라 터키, 그리스,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같이 주변 나라들로 향하는 국제 버스도 많이 운행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루블, 리라, 유로를 취급하는 환전소도 많고, 그 옆에는 왠지 모르겠지만 카지노까지 딸려 있다. 매점에도 조지아 과자와 함께 러시아 초콜릿, 터키 술이 진열되어 있다.


야간 버스는 타고나면 후회하지만 항상 매력적인 옵션이다. 숙박비와 교통비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타기 전에는 항상 막연한 기대가 있다. '날이 밝으면 도착해 있겠지' 하는. 밤에는 허리를 편 채로도 눈을 붙일 수 있게 잠이 쏟아져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지금도 기둥에 뒤통수를 대고 잠깐 졸고 싶지만 잠은 아껴두어야 한다. 뻑뻑한 눈을 끔뻑인다.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델리스파이스의 ‘숨겨진 보석’. 나는 이 노래의 마지막 부분 가사가 좋다. 그래서 지금 그 부분을 기다리고 있다.


관념을 벗어나 운명에 맞서라

전설로 남겨진 소중한 것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는 누구?

숨겨진 보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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