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입니다!
정들었던 프랜차이즈 카페, 스타벅스에서 퇴사했다. 미운 정인지 고운 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은 정이니까. 그리고 한 달 넘게 놀았다. 소설도 한번 써보고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게임도 실컷 하고 하루 종일 빈둥거렸다. 심심해서 할 게 없을 때까지.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일하면서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힘들다는 핑계로 하지 않았다. 근데 시간이 많으니까 귀찮다거나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미루고 또 미루게 된다. 결국 하는 거라고는 누워서 유튜브를 보며 뒹굴거리거나 책을 읽는 게 전부였다. 백수의 게으름은 직장인의 피곤보다 강한가 보다.
그렇게 놀다가 퇴직금이 들어오고 전달 일했던 월급이 들어왔다. 그리고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아, 이제 돈 들어올 구멍이 없구나.'
창업하려고 모아놓은 돈은 건드릴 수없고 주식에 투자한 돈 또한 뺄 수 없으니 남은 돈은 결국 카드 값 빼고 남은 몇십만 원이 전부였다. 여행을 핑계로 쓴 돈이 큰 탓이다. 그동안 놀고먹고 마셨으니 그 감당은 지금의 내가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알아봤다. 재취업. 스타벅스보다 더 배울 점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해야 했다. 언젠가 내가 창업하기 위해서는 로스터리 카페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듯했다. 그래서 쉬는 동안 이곳저곳 찾아봤다.
처음에는 로스팅만 전문적으로 배워볼까 싶어서 로스팅 회사를 알아봤다. 역시나 경력자를 뽑는다는 공고가 태반이었다. 그나마 면접을 봤던 한 로스팅 전문 회사는 자차 출근, 야근수당 없음(야근은 있음), 최저시급인 조건이었다. 그래서 면접만 보고 돌아와서 다른 회사에 원서를 더 열심히 넣기 시작했다. 면접 봤던 곳은 일주일 뒤에 연락이 왔다. 원래는 2차 면접이 있지만 바로 출근하는 걸로. 나와 함께 면접 본 사람이 3명이나 있었는데 바로 출근하라고 연락 온 걸 보아하니 다들 도망친 듯싶었다. 나 또한 로스터리 카페에 면접을 본 상태여서 바로 출근하는 건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합격 취소됐다.
그리고 결국 로스터리 카페에 합격했다. 이제 백수가 아니라 신입이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경기 광주에 있는 카페에 취직하게 되었다. 대학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었기에 큰 지장은 없었다.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새 출발이 코 앞에 다가오고 더 열심히 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