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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Oct 20. 2021

14. 흡열과 발열

온도의 기준은 일단 BT, 빈 온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로스팅을 시작하고 나서 ET가 떨어지는 이유는 생두가 드럼 안으로 들어가면서 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BT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ET의 온도 또한 살짝 떨어지게 된다. 이때 로스팅을 진행하려면 ET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일정량 이상의 열을 공급해야 한다. 잔뜩 떨어졌던 BT의 온도는 어느 기점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 기점을 터닝 포인트라고 부른다.


터닝 포인트 이후 생두는 꾸준히 열을 흡수한다. 이 구간을 흡열 구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BT가 160도 이상이 되면 단당류의 일종인 포도당이 열분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생성하며 열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열이 복사열이다. 이 발열 반응 구간에서 화력을 잘 조정해야 한다. ET의 온도 상승률이 빠르게 증가하면 생두의 변화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빨라진다. 이는 BT와 ET의 격차를 줄게 하면서 드럼 내부 압력을 상승시킨다.


이런 경우 로스팅이 빠르게 진행되어 오버 로스팅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화력을 너무 낮춘다면 열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언더 로스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로스팅을 하려면 온도 조절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흡열 반응과 발열 반응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로스팅을 하다 보면 화력 조절이 제일 어렵다. 많은 변수들 중에서 가장 먼저 다루게 되는 만큼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특히 터닝 포인트 이후의 구간부터 어떻게 열량을 조절하는지가 원두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느낌이다. 캐러멜 라이징이 일어나는 160도부터 200도까지는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열 공급이 필요하다. 그런데 160도부터는 발열 반응이 있기 때문에 그걸 감안하게 된다면 결국 화력을 줄이게 된다. 언제, 얼마나 줄이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게다가 생두마다 알맞은 열량이 모두 다르다. 같은 생두라도 수분 함량(수확한 연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초반에 화력을 강하게 한다면 생두의 수분이 너무 많이 증발되고 이는 1차 크랙 때 열량이 과도하게 들어가면서 원두가 손상될 수 있다. 그래서 원두를 적당히 볶으려면 알아야 하는 게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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