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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Jan 17. 2022

논 밭과 함께, 구성 커피 로스터스

뚜벅이는 가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있다. 구성역에서 걸어가면 10분 조금 넘게 걸리는데 가는 길이 상당히 위험하다. 사람과 차가 함께 지나가는 터널을 통과해서 걷다 보면 저 멀리에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현수막을 지나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논 밭 사이에 있는 카페. 구성 커피 로스터스는 베이커리와 로스터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야외 테이블이 놓인 공간을 지나서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빵과 쿠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왼쪽에는 별도로 마련된 로스팅 작업실이 있다. 사용하는 로스터는 태환의 프로스터로 보였다. 빵 두 개와 챔피언 블렌딩을 주문했다. 나는 이번에도 아이스로. 드립이라서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다.


가을에 오면 더 예쁠 듯


챔피언 블렌딩은 구수하면서 가벼웠다. 살짝 곡물의 느낌이 나면서 구수한 보리차 같은 맛이었다. 가벼운 느낌이라 마시기는 편하다. 그러나 챔피언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함을 기대했다면 실망감이 생긴다. 카페를 자주 가는 만큼 로스터리 또는 스페셜티 커피를 한다는 곳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만 간다. 그래서 특색 있는 맛과 향을 원하는 게 된다. 챔피언 블렌딩은 그래서 아쉬웠다. 더 독특한 느낌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걸 에스프레소로 진하게 내려서 묵직한 바디감을 줬으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단 맛이 더 올라오게끔 볶았으면 더 좋았을 듯싶다.


반면 빵은 크로와상이 맛있다. 인절미 크로와상과 초코 프리첼을 주문했다. 크로와상 안에는 크림과 떡이 들어있었다. 크림은 콩고물을 이용한 고소한 단 맛이었다. 떡이 촉촉해서 바삭한 느낌의 크로와상과 잘 어울렸다. 다만 콩가루가 이리저리 날려서 먹기는 불편했다. 프리첼도 나쁘지 않았는데 위에 갈아서 뿌린 브라운 치즈가 말라비틀어져있었다. 굳이 브라운 치즈를 올릴 필요가 있나 싶다. 진한 초콜릿을 입힌 것으로 충분했을 텐데. 아니면 브라운 치즈를 주문 이후에 갈아서 뿌렸으면 더 예뻤을 텐데.


주말 오후에 방문해서 사람이 꽤 많았다. 주차장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가득 찰 정도로. 날이 쌀쌀해서 야외 테이블에 앉기 어려운 점도 아쉬웠다. 비닐 천막이라도 씌우면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관리하기 귀찮긴 하겠지만 말이다. 로스터스 대신에 베이커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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