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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8. 2022

영화 속의 커피 이야기

쿠엔틴 타란티노, 헤이트 풀 에잇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 속에 각종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연출하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중에서 '헤이트 풀 에잇'은 서부극을 바탕으로 추리를 녹여내는데 이때 커피가 등장한다. 커피는 본격적인 사건 발생의 트리거로 사용된다. 정작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짧게 나오지만.


미국은 넓디넓은 땅을 개척하기 위해서 야영 문화가 일찍 형성됐다. 동부에서 서부로 뻗어나간 카우보이들의 행렬 속에는 커피 또한 녹아있었다. 인디언과 무법자가 있는 황무지에서 커피가 가져다주는 각성 효과와 활력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카우보이 커피'로 불리는 추출법은 19세기 미국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방법이다. 영화 속, '행 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는 커피를 마시다가 뱉어버리며 외친다.

그러고서 커피를 죄다 쏟아버리고 직접 커피를 추출한다. 방식은 매우 간단한데 물을 담고 커피 원두를 갈아서 주전자에 때려 넣는다. 그리고 뜨거운 난로 위에 올려두면 끝. 실제로 카우보이들은 들판이나 산속에서 야영하면서 이런 방식으로 커피를 마셨다. 코펠이나 냄비에 커피를 넣고 물과 같이 끓여버리는 단순 무식한 방법이다. 간편하고 빠른 방법이지만 커피 찌꺼기가 치아에 붙고 텁텁한 맛이 진하게 느끼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발전한 방법이 플란넬로 만든 주머니에 커피 가루를 넣고 끓이는 방식이다. 커피를 더 맛있게 즐기려는 사람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양말 같은 천 주머니에 커피 가루를 담고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천 주머니가 물을 먹으면 양말처럼 늘어진다고 해서 양말 커피라고 불렸다고. 반면 진짜 양말을 사용해서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양말을 쓰던 천 주머니를 쓰던 깨끗하게 관리되지 않은 천으로 커피를 추출했다면, 정말 '양말이라도 담근' 커피 맛이 날 거라는 사실이다. 커피 원두에는 지방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성분이 면직물에 들러붙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토브에 오래 올려둔 커피 주전자라면 그냥 오래 동안 커피를 끓여서 맛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저 시대의 커피는 사실상 몸을 녹이면서 각성 효과를 주기 위함이었으니 맛을 따지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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