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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Nov 15. 2022

위스키와 커피

예전에 위스키 향이 느껴지는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다. 어떻게 커피에서 위스키 향이 날까? 알고 보니 위스키를 담갔던 오크통에서 생두를 숙성시킨 커피였다. 커피 농산 지는 일명 커피 벨트라고 하는 일정 적도 사이에 있다.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같은 곳 말이다. 그곳에서 전 세계로 생두가 수출되는데 이 과정은 당연히 거대한 화물선을 통한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포대자루로 옮겨지는 생두도 있지만, 오크 통에 넣어서 옮겨지는 녀석들도 있다.


그러면서 오크 통에 있는 향이 자연스럽게 생두에 머물게 된다. 로스팅 과정에서 향이 잘 살아남았다면 커피에서도 오크 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실제로 위스키나 럼을 숙성시켰던 오크 통을 가져와 생두를 담아두고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다. 내가 경험해본 커피가 어떤 방법 일진 모른다. 확실한 건 진한 위스키의 오크향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나도 그런 걸 해보고 싶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종의 실험이다. 근데 오크 통이 생각보다 비쌌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애들은 최소 18만 원 정도? 가급적이면 실제로 위스키가 담겼던 통을 구매하고 싶은데 찾기 어려웠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잘 나오지 않고 비슷한 제품은 가격이 30 ~ 40만 원을 오갔다. 실제 오크통이 워낙 비싸기도 하고.


그래서 고민 끝에 오크 칩을 구매했다. 100g에 만 원짜리. 우선 오크칩을 뜨거운 물로 소독하고 생두와 함께 넣어뒀다. 향이 과연 입혀질까 의문이기도 하다. 5월에 묵혀놨던 생두를 꺼내서 커피를 볶아봤다. 생두 자체에서 나는 풋내가 살짝 줄어든 느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크 향이 나진 않았다. 실패일까. 다음번엔 오크칩을 위스키로 절여서 만들어볼까 싶다. 될지는 모르지만 재밌는 실험이라고 치고 말이다. 다 볶은 원두를 위스키 오크 배럴에 숙성시키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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