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공안한테 걸린 썰 2가지
베트남의 교통경찰인 '공안'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현지에서 '꽁안' 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도로 위에서 불시에 마주치는 두려운 존재였다.
꼭 교통법규를 어기지 않았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서 불시검문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오토바이를 타는 외국인이 드물었던 시절에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공안에 잡히면 무조건 베트남어를 모른다고 영어를 하라는 팁이 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거나, 영어나 한국어를 하는 공안들까지 등장한다. 이제 더 이상 외국인으로서 도망칠 곳은 없었다!
나는 2번 걸려본 적이 있는데 그 썰을 풀어보겠다. 이 썰들은 베트남의 교통법이 바뀌면서 벌금이 오르기 전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현재와는 다른 상황들이 포함되어 있고, 개인적인 경험임을 미리 이야기한다.
진짜 신호위반을 하지 않았어도 함정에 걸려 잡힐 수 있다.
7군 푸미흥이라는 지역은 한국인이 굉장히 많고 외국인과 부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부촌에 속한다. 그곳에서 공안에게 걸리면 일반적인 벌금(?) 시세보다 더 비싸다.
정식 절차대로는 딱지를 끊고, 그 자리에서 운전면허증을 압수당하며,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지역 경찰서에 가서 벌금을 납부하고 찾아가야 하는 시스템인데, 심하면 그 자리에서 오토바이도 뺏긴다.
정식으로 벌금을 내는 게 아니라, 공안과 협상을 통해 직접 돈을 건넨다면 풀려날 수 있다. 사실은 뜯기는 것과 같다.
정말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들도 잡히지만,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불법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검문하는 방법을 자주 썼다.
나의 출퇴근길에서도 자주 보였던 공안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무시하고 지나가기 쉬운 작은 신호를 바로 지나서 커브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위치에 서있었다.
그곳을 지나가던 나는 신호를 지나치기 직전 신호등의 초록색 숫자 2를 확인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앞쪽에 서 있던 공안들은 나를 잡았고, 어리둥절하던 나에게 신호위반했다고 했다. 그것도 유창한 영어로!
3인 1조로 짜인 그들은 한 명은 숨어서 동영상 촬영을 해서 증거를 남기고, 다른 2명은 흥정을 하고 있었다. 그 영상을 보니 내가 달려온 차선의 반대차선의 신호가 같이 찍혀있었고, 그건 이미 내가 신호에 접근하기도 전에 빨간불로 변한 다음이였다.
내가 분명히 2초가 남았을 때 지나쳤다, 주황불에 지나간 건 신호위반이 아니지 않냐라고 말해봤지만 그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공안은 신호등을 조정할 수 있으니 강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동영상을 찍을 거면 저기 신호가 보이게 찍어야지!" 하며 성질을 부려봐도 오히려 내가 기강만 잡혔다.
붙잡혀있으면 시간만 버리니 대충 얼마를 원하냐 협상을 시작했다. 부득이하게도 현금이 없었다. 계좌이체로 낼 수 있었다며 얼마나 편했을까. 난 결국 운전면허증을 인질로 잡힌 채 ATM기계에 다녀왔다.
100만 동을 달라는 그들에게 월급을 못 받아서 돈이 없다고 50만 동에 하자고 했다.
사실 50만 동도 엄청나게 큰돈이다. 억울함과 분노가 교차하지만 순순히 돈을 뽑아가지고 온 나는 바로 풀려날 수 있었다. (50만 동은 한국돈으로 대충 2만 5천 원 정도다.) 이런 경우 때문에, 공안용 지갑을 따로 오토바이에 넣고 다니라고 하기도 한다. 운전면허증과 현금 20만 동만 넣어둔 지갑을 보여주며 돈이 이것뿐이라고 협상하기 위해서 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서류를 쓰는 척하면서 서류철을 펼쳐서 숨기면서 몰래 돈을 받는 모습이 너무 얄밉다.
이것은 부끄럽지만 낯선 초행길에서 지정된 속도이상으로 달려 잡힌 이야기다. 신호를 막 지나쳐 달리는데 자리를 피고 앉아있는 꽁안 무리가 보였다. 뭔가 무서워서 속도를 줄이며 옆을 지나치려는데 한 꽁안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꽁안 막대기로 오토바이를 길가로 대라고 지시했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 아는데, 정말 심장이 바닥까지 내려앉는다.
이 경우에는 꽁안이 1-2명 있는 게 아니라, 아예 길가에 큰 트럭을 주차해 두고 앉은뱅이 의자와 작은 책상들까지 나열해 둬 잡힌 사람들이 면담하듯 꽁안들을 마주 보고 앉아있는 상태였다.
이경우는 아주 큰일이 났음을 시사하는데, 그 이유는 트럭이 있는 건 오토바이들을 실어가기 위해서이고, 자리를 아예 피고 앉아있는 이유는 봐주지 않고 딱지를 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그래서 이러한 꽁안 무리를 발견하면 뒷돈으로도 풀려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게 나를 잡은 꽁안은 옆에 앉아있는 모니터를 하나 들여다보고 있는 다른 꽁안에게 데려가 내가 찍힌 CCTV 카메라 화면을 보여줬다. 근소한 차이였지만 속도위반은 위반이었다. 그렇게 속도위반한 오토바이들의 번호판을 빽빽하게 적어둔 꽁안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두려워졌다.
내가 외국인이고, 운전면허증, 오토바이 등록증등 가지고 있어야 할 건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더니 그쪽에서 먼저 협상을 시도해 왔다. (이때 운전면허증이나 오토바이등록증이 없다면 벌금이 추가된다.)
내가 이대로 가면 운전면허증을 뺏기고,
몇 주일 뒤 찾으러 와야 하며 그때는
벌금이 80만 동이지만, 지금 자기에게
30만 동을 내면 바로 갈 수 있다.
라고 영어로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30만 동? 내라면 내야 했다. 지갑을 열어보니 이럴 수가, 50만 동짜리 한 장이 있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공안이 과연 50만 동을 내면 20만 동을 거슬러 줄까..?
50만 동을 다 뺏어가진 않을까?
그 답은 '거슬러줬다'였다. 머릿속에서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소심하게 50만 동 밖에 없다 하니 흔쾌히 거슬러주었다. 이 이야기를 베트남사람들에게 해주면, 내가 운이 좋았던 거라며 놀란다.
초행길이었다고 해도, 정해진 속도를 숙지하지 못한 나의 무지함을 안다. 적정속도를 유지하고 지키는 노력을 지금은 게으르게 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도 기사화된 적 있는데, 베트남의 교통법위반 벌금이 엄청나게 인상되었다. 베트남사람들의 몇 달 치 월급과 비슷할 정도로 큰 액수의 벌금이 정해진 것인데, 그 공포가 확실히 교통사고율을 많이 낮췄다곤 한다. 이제는 자비 없이 면허증 압수에 정식절차대로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안 그래도 살 떨리던, 도로 위의 운전이 더 불안해졌다.
위 사례처럼 함정을 파고 잡는 것 또한 불법이 되어서 지금은 자주 보이지 않지만, 가끔 같이 달리는 오토바이 무리 속에서 공안이 나를 스쳐 지나갈 때면 함정에 빠진 것만큼의 철렁함을 느낀다. 최근은 오토바이 무리 속에 숨어들어 실시간으로 잡는 듯하다. 피할 길은 40km 정도 속도를 지키며, 신호 잘 지키고, 좌회전 신호 잘 구분하고 인도 위로만 안 올라가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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