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휴가 없이 일했습니다

그랬던 나의 재계약 조건은!

재택근무.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났다.

계약 후 1년 간은 휴가도 없이 일했다. 앞선 글에서 밝힌 바 있지만 우리 회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대표가 정하지 않는 한 공식 휴가가 없으며, 정작 나도 일에 적응하는 기간이라 휴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루라도 빠지면 뒤에 두배로 밀려올 일이 두렵기도 했고, 어차피 결국 내가 다 처리해야 하는 업무라 빠지고 싶지도 않았기에.(어쩌나, 나의 일에 대한 이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하지만 5월의 어느 날, 나의 어여쁜 보스는 재계약을 위한 자리에 멋진 조건을 들고 나타났다.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어느 기분 좋은 저녁,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만난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휴가 계획안을 가져왔다. 그날따라 눈이 부셨던 그녀.




아이들이 체험학습도 맘껏 쓸 수 있는 초등이고, 평일을 껴서 여행도 가고 캠핑도 가고 하던 우리 가족이라 사실 평일 여행이 꽤 익숙하긴 했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적응하느라 그럴 심적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휴가조차 없었기에, 우린 주말을 틈타 여기저기 실컷 놀러 다녔다. 주중에는 꼼짝없이 일을 했지만 말이다.

남쪽으로 캠핑 갔다가 월요일 근무를 텐트에서 한 적도 있다.

(관련글 바로가기: https://brunch.co.kr/@halfwriter/12)


그러다 근무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던 지난 4월, 에라 모르겠다 6월 해외여행을 급 계획했고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부터 확 질러버렸다. 코로나로 하도 오래 나가질 않아 여권도 만료되고 없는데, 여권이 없어도 비행기표를 살 수 있다는 것조차 굉장히 어색했다. (실제로 여권기한 만료된 채로 예약해 본 게 처음이었다.)

회사는? 무급으로 좀 쉬지 뭐, 하는 생각이었다. 유급휴가가 없을 뿐 무급은 가능하다고 들었으니까.


이래저래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버겁기도 하고, 그런 시기였다.


student-gc40b9b729_1280.jpg 출처. 픽사베이




그렇게 질러버린 나의 무급휴가를 극적으로 유급으로 바꾸어준 건, 우리 대표 그녀였다. 예약일이 마침 6월 말이라 재계약 이후 날짜기도 하고, 그간 휴가 없이 일해줘서 고맙다며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당연히 무급을 각오하고 있던 상황에 이런 배려라니. 5월의 그 저녁, 감동받아 스벅에서 춤이라도 출 뻔했다.

하지만 내가 없는 동안 업무 특성상 완전히 일을 비워둘 수는 없기에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줄 것이고, 어쨌든 휴가일은 최소한으로 해야 했기에. 저녁 비행기로 출국하는 당일에도 근무를 했다는 사실. 퇴근하고 한 시간 뒤 공항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일요일 귀국 후 바로 다음날 출근. 총 3일만 깔끔하게 쉬었다.


출국일 근무는 그런대로 할만했는데 귀국 후 다음날, 그것도 월요일이라니 아주 대단한 날이었다. 몸은 고되고, 굴러다니는 캐리어에 빨래더미까지. 폭탄 맞은 듯 엉망인 집에 아이들 등교까지 준비하던 그날 아침.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의 역할, 위치, 의무. 당연히 해야 하고 또 하게 됐다. 그게 K-직장인 아니겠는가! (아, 반일짜리 재택근무 주제에 너무 나간 것 인정!)

사실 더 힘들어진 건 등교한 첫째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온 때부터였다.

"아이가 열도 좀 있고 배가 아프고 어지럽다고 하네요, 보건실에 갔는데 조퇴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곧이어 걸려온 보건 선생님의 전화. 역시나, 필리핀에 다녀왔고 물갈이인지 뭔지 모르니 집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막 12시가 되었고 점심시간, 아이를 데려왔다.

아이는 심한 장염이었다. 여행 막바지부터 힘들어하긴 했었는데 점점 심해졌다. 괜찮을 줄 알고 학교도 보냈는데, 점점 아예 먹지 못하고 열도 나고 설사까지. 병원도 데려갔고 조금씩 죽도 먹이고.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들었다.


어쨌든 그런 여러 이벤트 끝에 나의 몇 년 만의 해외여행 일정과 휴가 이슈도 마무리되었고, 다시 나는 안정을 찾고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아이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그놈의 설사..)




1년 동안 휴가 없이 일한 것. 힘들기만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다음 글에서는 회사를 다니며 얻게 된 나의 능력치에 관해 풀어보겠다.

"1년 연속 근무를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다음 글을 기대해 주길!



KakaoTalk_20230710_121741523.jpg 망고젤리는 현지에서 먹어야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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