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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고통받는 짤

웃다가 울면 어떻게 되나요

인터넷에서 웃긴 글을 봤다. '영원히 고통받는 짤'에 대한, 쓰인 지 오래된 글이었다. 배우 조승우 님껜 미안하지만 포스팅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직 어린 티가 팍팍 나는,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색깔안경을 낀 이른바 '흑역사' 짤이었다. 왜소한 팔뚝이 그대로 노출된 민소매 티, 살포시 드러난 겨드랑이, 애매한 헤어스타일, 직접 낚은듯한 작디작은 물고기를 들고 만족한 듯 웃고 있는 현재 대스타의 사진이 왜 이렇게 날 웃겼을까. 실은 그분의 사진이 그리 웃겼다기 보단 그 아래 쓰인 위트 있는 글들이 날 더 웃게 했다.


근래 들어 가장 크게 많이 웃었던 것 같다. 웃다 보니 눈물이 났다. 이렇게 웃어본 게 언제였더라. 이상했다. 한번 웃음이 터지니 멈추기가 어려웠다. 끅끅거리며 계속 웃었다. 웃다 보니 눈물이 났다. 찔끔거리면서 계속 났다. 눈물이 울음이 되었다. 슬픈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없었다. 너무 웃겨서 웃었는데 슬퍼졌다. 뭔가 눌려있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웃는 사람을 보면 같이 웃게 되고, 우는 사람을 보면 같이 울게 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 같았다. 눈물연기를 하다가 그 슬픔에 빠져 오열하는 배우처럼, 컷 소리가 났는데도 멈추지 못하고 울고 있는 초짜 배우처럼 그랬다. 그러다 금방 그치긴 했다. 갑작스레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급히 현실로 돌아왔다.


이젠 그렇게 눈물 나게 웃진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난 분명 즐거웠는데, 눈물에게 내 기분을 조종당한 기분이었다. 난 분명 즐거웠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이 감정도 내 것이니 그냥 울다 웃다 하면 되는 건가, 좀 어려웠다. 오늘은 기분이, 좀 어려웠다.




출처 : 유퀴즈 1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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