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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영 Oct 26. 2022

Ohana

하와이 5

  친가 가족이 다 같이 여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와이에 이렇게 다 같이 오게 된 건 사촌오빠 덕분에. 11년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된 사촌오빠는 하와이에서 결혼하게 되면서 온 가족을 여기로 소환했다. 태평양을 배경으로 바닷가 옆에 펼쳐진 잔디밭에서 결혼식은 이루어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를 하게 되면서 나는 친할아버지 댁에서 지내게 됐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군대 간 사이에 고모가 이사 가서 친할아버지 댁에 같이 지내게 된 사촌오빠까지, 이렇게 넷이서 거의 일 년을 함께 지냈다. 오빠가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해서인지 난 어렸을 때부터 사촌오빠랑 친하게 잘 지냈다. 오빠도 워낙에 다정한 성격이라 나이 차이가 8살 나는 친동생보다 나랑 또래의 얘기를 더 나누며 편하게 지냈다.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 오빠까지 해서 난 또 하나의 가족이 있었고, 아빠만큼 좋은 또 다른 아빠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 중에 날 가장 예뻐하셨다. 이유는 단 하나, 막내 외아들의 첫째 자식이라서. 아들도 귀했을 거고, 막내라 더 귀했을 텐데, 그 아들의 첫째. 동생이 생기기 전까지 사랑을 독차지했으며, 동생이 생긴 후에도 나를 제일 찾으시고 변함없이 사랑해주신 건 할아버지셨다. 어렸을 때부터 무한사랑을 주셨던 할아버지라 내가 느낄 때 무섭거나 어려울 게 없는 분이셨다. 나도 유독 할아버지한테 남다른 애착이 있었고 같이 살면서 할아버지와 내 사이는 더 돈독해졌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옆자리에 앉히시고는 오늘 하루에 대해 물으시며 나를 어린아이 대하듯이 귀여워하셨다. 내가 할아버지랑 유독 친한 만큼 오빠는 할머니랑 친했는데 할아버지는 내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셨고, 오빠는 할머니 이야기에 맞장구를 잘 쳤다.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잔소리하실 때면 오빠는 할머니 편을 들어주었고 나는 할아버지랑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으면서 웃고 할아버지를 챙겼다. 매일 저녁 거실에 모여 앉아있을 때면 같이 지내는 이 시간을 행복해하시는 게 할아버지 얼굴에 보였다.


  신부 입장을 기다리며 멋쩍은 웃음을 짓고 이마의 땀 닦는 오빠의 모습은 뭔가 기분이 묘했다. 뺏기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신부 입장이 이어지고 주례사의 인도로 결혼식은 진행됐다. 각자 서약서를 읽은 후 오빠가 언니한테 반지를 끼워줬다. 결혼 날짜를 잡고 결혼선물로 할아버지께서 직접 준비해주신 결혼반지다. 손자 손녀들 중에서 첫 결혼이기도 하고 그 누구보다 이 여행을 기대하셨을 텐데, 참 마음이 짓눌리듯 아팠다. 기쁜 날 맞지만 모두 너무 기뻐 보이는 와중에 제일 기뻐하고 계실 얼굴이 안 보이니 괜히 서운하기도 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가족사진도 찍고 뷔페로 이동하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우쿨렐레 연주가 퍼지는 잔디밭에서 샴페인과 간단한 다과로 자유시간을 가졌다. 아빠는 나랑 동생들을 계속 불러서 가족사진을 이 배경으로도 찍고, 저 배경으로도 찍고. 다들 화사하게 꾸몄고 어딜 배경 삼아도 아름다우니 다들 한참 사진을 찍는 중에 언젠가부터 혼자 앉아계신 할머니랑 눈이 마주쳤다. 평소보다 더 곱게 화장하신 할머니 옆에 앉아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같이 지켜봤다.


  “나만 날씨 좋고 예쁜 이곳에 와서 호강하는 거 같아서 할아버지한테 좀 미안하네. 참 좋아하셨을 텐데.”

   나머지 가족들을 한참 보시던 할머니가 말씀하셨고 난 조용히 할머니 손을 잡아드렸다. 할머니는 내 손을 더 따뜻하게 감싸주셨다.


  결혼식 중에 주례사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와이안 단어 중에 오하나라는 말이 있다. 오하나는 가족과 친구를 의미한다. 그리고 당신의 오하나가 하와이를 오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거, 당신들과 이 자리를 함께하기 위해 여기 온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이것은 진정 하나님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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