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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Sep 13. 2023

웃음 바이러스




아빠 왔다



 

현관문 비밀번호 소리와 함께 남편의 커다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출장 중에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다는 기색은 온 데 간 데 없이 씩씩한 표정이다. 얼굴은 밝고 윤기가 난다.


출장이 잦고 바쁜 남편이 오랜만에 집에 들어오면 현관문부터 시끌시끌하다. 발소리에서부터 문을 닫는 소리, 커다란 목소리가 집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밝은 웃음, 경쾌한 말투와 윤기 나는 얼굴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 시끄럽기도 하지만 그 왁자지껄한 것이 때론 감사하다.

친정에 가면 조용한 가족, 시댁에 가면 가끔 싸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소리가 커다랗다.


남편을 맞이하는 내 표정은 작은 미소다. 오버해서 '어서 오십시오' 하며 과장되게 반가움을 표하지만 왠지 부자연스럽다. 어릴 적부터 마음을 표현하는 법에 서툴렀던 나는 얼굴에 표정을 담거나 마음을 상대방에게 말로 표현해 내기보다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퉁명스러움으로 대체했다. 제대로 설멍하지 못하면서 내뱉는 무뚝뚝한 말들은 상대방을 오해하게 만들고, 관계의 확장을 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다가오려는 자를 막는 유리벽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표정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만나는 사람에게 괜한 기분 상함과 오해보다는 호감이나 사랑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남편을 만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면서 삶의 변화에 따라 표정에도 여유로움이 생겼지만 역시나 웃는다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아프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금세 얼굴로 나타난다. 그럴 땐 무엇보다 건강함이 웃을 수 있는 비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웃는 얼굴이 그래도 보기 좋지 나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쳐보며 나와 먼저 좋은 사이가 되어보려고 한다.


그렇게 수필교실에 가게 된 날 한 문우의 '함박웃음'이라는 글은 크게 공감이 갔다. '함박'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따라 올려보게 된다. 글자를 눈으로 읽으니 시작적 효과가 나타난다. 글자들이 나를 향해 웃고 있는 것만 같다. 글을 발표한 문우는 그러고 보니 그 눈매가 반달이다. 평소에 웃는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분을 잘 모르지만 함께 오랫동안 공부한 옆 사람들의 증언이 나타난다. '이 선생님은 정말 평소에 잘 웃으세요.', '웃는 모습이 어찌나 좋은지 옆에 있는 사람도 웃게 된답니다.', '선생님이 웃으면 저도 따라 웃게 되더라고요.'


살아가는 일들이 글이 되어 그대로 보여준다. 그날 내내 웃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웃어보았다. 화장실에 가서도 카페의 유리창에 서서도 혼자서 피식, 생각이 날 때마다, 집에 와서 아이들을 보며 글을 쓰며 혼자 자꾸 웃었다. 자꾸 웃는데 이상하게 마음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며 뭉클해졌다. 감동인가 보다.

눈물이 나며 입은 자꾸만 웃었다. 기분 좋은 웃음, 기쁜 웃음이었다. 이 날을 생각하며 자주 웃어야겠다.

병도 낫게 한다는 웃음의 묘약이 내 삶을 더 윤기 나게 해 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글을 쓴 이는 인생에 좋은 일만 있어서 웃는 얼굴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좋기만 한 인생도 나쁘기만 한 인생도 없을 것이다. 기쁨과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우리 인생은 다른 길로 가게 될 것이다.

농담처럼 웃고 넘어갈 것인가 붙들고 고통 속으로 빠져들 것인가

어쨌든 결국에는 우리 모두 크게 웃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문장은 음악의 선율이 주는 웅장하고 전율케 함과는 또 다른 심장을 두드려 마음 깊숙한 곳의 마그마를 끓어 올려 폭발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산책 길 사이로 퐁당거리며 나의 문장의 날개는 푸드덕 기지개를 켠다. 문장은 그런 힘이 있다. 보이지 않는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매일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는 그런 힘이 있다.


한 줄 문장을 마음에 담고 거울을 보며 크게 웃어 본다.




귀여운 아기 사진출처 : 픽사베이




귀여운 아기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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