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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Jan 16. 2022

손님이 온다.

글 쓰는 바리스타


환대를 받는 기분은 인제나 황홀하다. 나는 기분 좋은 첫 손님이고 싶다.



방문객

                                  

                              정현종 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광휘의 속사임> 중에서 ( 2008, 문학과 지성사 )




카페 문을 열고 들어 오는 손님을 만날 때마다 난 이 시를 떠올린다.

그리고 마음에 새겨본다.


 사진 출처 pixabay


처음 카페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갔을 때, 늦은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따라 들어온 손님을 보고 사장님은 놀란 눈치였다.

'이상하다 이렇게 손님이 올 시간이 아닌데...' 사장님은 분명히 그렇게 속삭였다.

처음 일을 시작한 나에게 손님은 선물 같은 존재였다.


선물 같았던 '손님'


근무시간이 아닐 때는 지인들을 데리고 우리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약속도 당연히 우리 카페에서 잡았다. 지인들에게 소문을 내서 알바를 하고 있는 카페로 놀러 오라고 했다.


그러다가 일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편치 않는 시간이 왔다. 사장님이 타 주는 커피를 앉아서 받아 마시자니 영 불편했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도 편하지 않았고, 혼자 책을 읽으러 가는 것은 더 어색했다. 그러면서 글 쓰러 간다며 자연스럽게 집 근처에서 먼 곳으로, 공간이 넓어서 옆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카페의 손님이 되어갔다.


어쨌거나 우리 카페에 오는 손님은 정성을 다해 맞았다. 어마어마한 하나의 인생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한가한 카페에 앉아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열리지 않는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 중년의 A손님이 들어왔다. 그리고 조금 뒤 멋진 가죽재킷을 걸친 B손님이 왔다. 카페 앞에는 손님을 닮은 바이크 한대가 유리창 밖으로 도도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손님 A와 B는 아는 형 동생인듯했다.

두 손님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여기 커피가 맛있네요."


가장 기분 좋은 말이다.

내가 고른 원두도 아니고 로스팅한 것도 아니며, 게다가 카페의 주인도 아니다.

그저 세팅된 대로 내리기만 한 커피를 맛있다고 해주는 손님의 한마디에 내 의욕은 활활 불타 올다.


두 손님은 커피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심지어 B손님은 유명한 커피 관련 기업에서 일한다고 한다.

A손님은 집에서 커피나무도 키운다고 한다. 커피나무가 쑥쑥 너무 잘 자란다고 한다.

나는 뭔가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커피나무가 잘 자라기도 하나? 나를 놀리나 싶은 마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표정을 봤는지 B가 형의 집은 하와이라고 한다. 못 미더운 표정을 했더니  휴대폰에서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하와이에서 살고 있으며 부모님을 뵈로 명절을 맞아 한국에 온 것이라고 한다.  


생각만으로도 파라다이스에 가 있는 듯한 이름 "하와이" 주고받는 사이 나는 낭만적인 하와이 해변에서 코나 커피를 마시는 상상에 빠져든다


커피는 나라와 지역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와이를 상징하는 커피는 코나 커피다. 하와이의 어떤 섬에 가도 만날 수 있는  빅아일랜드 코나 지역에서 재배되는 커피를 통칭하는 말이다.

코나 커피는 세계 3대 커피로도 유명하다.


"기분 좋은 연한 쓴맛과 부드러운 산미에 달콤한 향이 섞여 밸런스가 좋은 양질의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도 하와이 코나 커피 품질을 절찬했을 정도다. "    

<커피 세계사 / 탄베 유키히로/ 황소자리 > 참조



그 맛이 궁금해서 구입해 본 코나 커피는

부드러운 신맛과 꽃향기가 긋하다.


코나 커피 맛이 궁금해서 구입해 봄

지역마다 다른 맛과 향을 가진 커피, 사는 곳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것은 커피의 오묘한 맛처럼 신비로운 체험이다.


동네의 작은 카페지만 다양한 사람이 오고 간다


말을 걸어주면 금방 친근해져 졸졸 따르는 아이들과 직원보다 더 친절하게 감사 인사를 해 주는 손님들 매일 달달한 커피 한잔으로 카페의 오프닝을 함께 는 상가 사장님들.  

나의 발전하는 듯하다 실력이  늘지 않는 아트를 언제나 놀랍게 호응해주는 단골 친구들,


오고 가는 손님들 덕분에 오늘도 행복하게 커피를 만든다.



남이 타 준 커피가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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