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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Jan 28. 2021

재택근무가 힘들어서 스터디 카페에 왔다

                                                                                                                                                                            

12월 24일을 마지막으로 퇴사하고 다른 직장으로 이직했다.


아이가 5살 때부터 정규직으로 일 했으니 아이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원격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학교에 가는 아이는 무척 힘들어했다. 활발한 아이가 뛰어놀지도 못하고, 수다스러운 아이가 친구와 말할 수 없는 것도 힘든데 매일 선생님께 지적받으니 더 힘들었던 것이다. 나 역시 직장 상사의 부당한 대우로 힘든 상태에서 다행히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이 있어 이직을 결심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쉽지가 않았다. 오전에만 돌봄 교실을 보내는데 뭘 좀 해보려고 하면 아이가 하교했고, 학원도 한두 시간 간격으로 시간이 잡혀 있어 일을 할만하면 집에 오는 것이다. 엄마가 엄청나게 좋은 우리 아이는 늘 나한테 붙어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뽀뽀를 하고 수백 번 안겨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에는 일은 물론, 집안일조차 하기가 어려웠다.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지나고 보니 뭘 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집에 있으니 회사 일은 일대로 안되고, 글은 쓴다고 끄적대긴 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점점 게을러지고 살만 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큰 마음먹고 집 앞에 새로 생긴 스터디 카페에 왔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일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글 하나 쓰고 업무 관련 블로그 포스팅을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의뢰인들 전화와 상담 전화. 게다가 오늘 서류를 전달하러 온다는 의뢰인이 생각보다 일찍 전화를 한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계셔서 서둘러 휴대폰만 챙겨 전달할 안내장을 가지러 집에 갔다.


그랬더니 이게 뭔가. 10분 후에 스터디 카페 이용시간이 종료된다는 것이다. 기다렸다가 전달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을 바꿔 다시 스터디 카페로 와서 시간연장을 했다. 막무가내로 기다릴 수 없어 연락했더니 출발하려고 했는데 통장을 못 찾아서 찾는 중이란다........ 근처 오시면 연락 달라고 하고 다시 스터디 카페로 왔다.


무사히 업무 관련 포스팅 두 개를 하고 나니 다시 종료시간이 다가온다. 처음 이용시간을 2시간으로 잡고 들어왔는데 1시간은 의뢰인과 통화하고 집에 다녀오느라 다 쓴 것 같다. 업무 성격상 스터디 카페는 안 맞는지도 모르겠다. 전화가 오면 자꾸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내일부터는 그냥 카페로 가야겠다.                    

                           














일 하기는 힘들지만 재택근무가 좋은 점도 있었다. 짜증 많던 아이의 짜증이 조금 줄었다는 것!! 

아이를 잘 아는 분들도 얼굴이 밝아졌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직도 짜증이 심하고 고집이 세지만 그래서 나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싸우기는 하지만 확실히 아이가 전보다 밝아졌다. 예전 같으면 저녁에 눈놀이도 못했을 텐데 출근 걱정이 없다 보니 아이와 신나게 눈사람도 만들 수 있었다.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에 늘 배고팠을 아이는 이제 엄마의 스페셜 짜장 떡볶이(아이가 지어준 떡볶이 이름)를 먹고 배불리 학원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은 어중간함에 출근하는 직장으로 다시 알아봐야 하는 고민도 들었다. 그중에는 경제적인 문제도 분명 있었다. 지금은 100% 실적제로 매출금액 대비 급여를 받는 것이라 일이 안되면 수입도 없었다. 이번 달은 첫 달이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이것보다 더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데 게을렀다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재택근무를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리고 한참 게을러봤으니 이제 부지런도 떨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실 10분 전 알림 카톡이 왔다. 깨끗하고 조용해서 집중은 잘 되지만 아쉽게도 스터디 카페는 이제 안녕~ 눈물을 머금고 너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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