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하늘과 나뭇잎은 깨끗하게 새파랗고, 햇살은 밝고 기분 좋게 교사(校舍)와 동산을 감싸 안으며 쏟아지고 있었어요. 공기는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황사도 없이 맑고 맑았네요.
텃밭 입구로 들어서니 체육관과 평행을 이루고 있는 5학년 행복학년 밭에는 아직 이른 햇살이 닿지 않아 그늘져 있었어요. 신통방통하게도 채소들이 초록초록 잘 자라고 있었어요. 여린 것들이 종일 내린 비와 찬 기운이 가득했던 지난밤을 어떻게 이처럼 평화롭게 보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지?
'하하하, 깜짝 놀랐지요?', '이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요!' , '저희 생각보다 강해요!' 하고 말하듯 땅을 딱 붙들고 싱싱한 얼굴을 내밀고 있었어요. 이 여린 생명들이 변덕스러운 날씨 변화에도 아랑곳 않고 생명을 피워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이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나이가 들어가면 '어린 생명'이 '그 자체로 참으로 아름다움'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뻐라. 이쁘네. 고맙다. 잘 자라라!'
마음속으로 자꾸 같은 말을 웅얼거리게 되는 거지요.
올해는 농사를 지어볼 요량으로 생태환경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 텃밭 중에서 체육관 뒤쪽 구석지고 후미진 공간에 여분으로 마련된 텃밭 하나를 분양받았어요. 지난 4월 초순에 일반고추 4 포기와 오이고추 4 포기, 적로메인 10 포기, 청로메인 상추 10 포기, 향긋한 당귀 10 포기(나는 당귀향을 사랑합니다), 오이 3 포기, 깻잎 2 포기, 쑥갓 3 포기, 가지 3 포기를 심었어요. 많이도 심었지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채소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큽니다. 이 채소들 이야기로 우리는 대화꽃을 피우고 서로 나누며 일상에 행복 더하기를 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