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린 숨을 쌕쌕거리는 아이가 고 보들보들한 피부를 갖다 대며 쪼그만 입으로 쫑알거리면 할아버지의 온 세계는 아이가 된다.
할아버지가 살아온 삶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놀며 유년을 보내고 있는 아이는 어른이 되면 할아버지의 세계를 닮아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까?
할아버지는 여행을 좋아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했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사는 삶을 추구했던 것 같다. 작은 공간 곳곳을 채우고 있는, 손수 만든 스피커들에게서 자유와 낭만이 가득 느껴지는 음악이 흐른다. 투박한 목재 테이블과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은 의자, 자연을 닮은 담백한 빵과 커피에서 편안하고 넉넉하게 흐르는 할아버지의 공기가 느껴진다. 그 공기가 잔잔하여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만든 공기 속에서 숨 쉬고 그렇게 자란다.
사랑은 이렇게 아래로 흐른다. 할아버지가 온 힘을 다해 살고, 깨닫고, 추구했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곳에서 유년을 보내고 있는 아이는 모르는 사이 삶을 사랑하는 단단한 내면의 힘을 배우게 되겠지. 물처럼 흐르는, 때로는 폭우를 품고 때로는 바위를 돌며 때로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모험을 하며 자신만의 강을 만들고, 사랑이 되어 아래로 흐르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겠지.
사랑은 이렇게 흐르는 것이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느끼고 기억하는 것. 내면에 깊이 고여서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취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유년을 보낸 아이는 나중에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내면이 단단한 청년이 되겠지요.
농장에 정원을 가꾸며 겨울 3개월을 제외하고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