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부드럽고 온화하게 산등성이를 쓰다듬고 있다. 눈을 감는다. 가까이서 멀리서 크고 작은 새소리가 까까 찌찌 찌롱 삐삐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공기는 차분하다. 바람은 자고 있다. 깨어나는 아침의 기운을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달하고 느낄 수 있다면. 깊은 호흡으로도 반도 못 미친다. 초록이 무성한 늦여름 길가에 작고 노란 꽃이 시선을 붙든다. 허리를 낮추고 무릎을 꿇고 귀여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순수하게 웃게 만드는 요 조그만 생명이 오늘 아침의 고유한 행복이다. 작지만 가득한 순간의 행복. 단 몇 분의 행복으로 나는 무덥고 습한 긴 여름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 테다.
다정도 병이다. 나에게 좋은 것이 타인에게 좋은 것이라 확신도 없으면서.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지만 마음은 저만치 앞서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줄다리기에서 무의식이 승기를 든다. 어쩔 수 없다. 믿는 수밖에. 사람들 중에는 나 같은 부류도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