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물건

볼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물건

by lee나무



지난해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좌탁에 대한 미련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좌탁에서 중요한 시험을 준비했고, 책을 읽었고, 일기를 쓰기도 했고, 영화를 보거나 차를 마시며 멍 때리기도 했다. 십 년도 넘게 침대 아랫목을 지키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만큼 자신의 공간을, 시간을 내주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좌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하고 나면, 나는 다시 번잡한 사람들 속으로 나갈 수 있는 힘 같은 것을 회복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좌탁에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 후로 책상과 의자가 필요한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내 취향의 책상을 찾아 몇 달을 헤매었다. 나는 나뭇결이 살아있는, 단순한, 싫증 나지 않는, 세월이 지날수록 품위가 있는,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원목 책상 하나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주말이면 인터넷몰 장바구니를 열어보고 닫기를 반복하다가 '주말 주문 반짝 세일' 소식이 있는 날 결제했다.


그리고 두 주 정도 지나서 책상이 배달되었다.

창을 바라볼 수 있게 책상을 놓았다. 아침 일찍 일어난 날, 비 오는 날, 해가 좋은 날, 이웃이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날, 모든 날들을 이 책상에 서 창을 통해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책상 자리를 정했다.


집에 있는 날,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 책상에서 보낸다. 들이기까지 참 긴 시간이 필요했는데, 들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나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언어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인터넷 뉴스도 보고, 쇼핑도 하고, 차도 마시고, 재수생 아들에게 편지도 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 책상에서 할 수 있다.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물건이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람보다 더 많은 말을 건네고,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늘 그 자리에 담담하게 존재하는 그런 물건은 아마도 '반려 물건'이라 하겠다. 이 반려 물건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나를 지켜보는 일이, 시간이 흐를수록 고풍스러워지고 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게 될 나의 반려 물건을 바라보는 일이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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