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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등바등 사는 이유

by 자향자

지난 어버이날,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전 날 뭐 했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이라지만, 단 하루라도 멈춰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기도 하다.



매년 찾아오는 어버이날, 하지만 내게는 점점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부모로서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날이 되기도 한다.



어버이날은 본래 ‘어머니날’이었다. 1956년, 대한적십자사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만든 날이 1973년 즈음 부모님의 헌신을 함께 존중하기 위해 ‘어버이날’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번 어버이날, 아버지의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잔기침을 자주 하셨고, 집에 오셔서도 오랫동안 누워 계셨다. 외식 자리에서도 맛있게 구워진 소갈빗살에도 젓가락을 잘 안 드셨다.



대학 시절, 아버지는 간암 판정을 받으셨다. 초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덕분에 건강을 되찾으셨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로부터 십여 년, 아버지의 건강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이번 어버이날은 이전과는 왠지 달랐다. 나이가 드신 걸까.



식사를 마친 후,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지금처럼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 근데 너무 아등바등 안 살았으면 좋겠어."

"네."


공무원 주제에 부자가 되고 싶다고 퇴근 후 스터디 카페를 들락거리는 내 모습이 부모님께는 안쓰러워 보였던 모양이었다.


"재밌어요.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급하게 말을 마무리했지만, 부모님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부모님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하고 싶으셨던 걸까? 아니면 당신의 바람대로 종교 생활을 열심히 하길 바라셨던 걸까?



내가 아등바등 사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라는 걸 부모님은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진 않을 거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탄탄한 기업에 입사하는 게 최고라고 여긴 세대였으니까.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내 자식에게 어떤 말을 건네게 될까?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걱정스러운 말을 건네고 있을까. 그러고 싶진 않은데.


"후회 없게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아라. 그래야 인생이 재밌어.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아야지."


이런 말을 건넬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부모님의 희생 덕분에 나는 별것 아니지만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이제 그 바통을 이어받아, 내가 배운 것들과 내가 새롭게 경험한 것들을 딸아이에게 가르쳐 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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