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를 완주하면 어떻게 될까?

by 자향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순전히 여러분이 10km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가정하고 하는 이야기다. 오해 없길 바란다.



10km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한 후, 일단 기쁨을 만끽하자. 힘껏 소리쳐도 좋고, 나와 같은 내성적인 이라면 속으로 ‘나 해냈다. 야호’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뭐가 어떻든 우리가 완주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순간부터 여러분의 자존감은 순식간에 올라가게 될 것이다. 자존감이 본래부터 높은 이라면 더 높은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것이고, 자존감이 다소 부족했던 사람이라면, 이를 채움으로써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숙한 당신 다움을 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보다, 10k,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그 희열이 조금은 더 크게 와닿았다.



10km 마라톤도 엄연한 마라톤 종목 중 하나다. 대회 측에서 엄연히 만든 대회고, 상금까지 내건 종목이니, 몇 킬로부터 마라톤이니 마니 하는 허튼소리는 하지 말자. 인정할 건 인정하자. 깎아내릴 필요까진 전혀 없지 않은가. 그러한 행동은 그저 여러분을 깎아내릴 뿐이다.


다시 대회장으로 돌아와 보겠다. 여러분이 1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해야 할 일은 찰나의 기쁨을 즐긴 후, 곧바로 스트레칭을 하는 일이다. 격한 운동에 지쳐있을 여러분의 근육을 달래주자. 그것만으로도 근육의 회복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그걸 몰랐던 나는 한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다.



완주 이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러분은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흥분감, 설렘, 자신감 기타 등등 너무나 많아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모든 걸 통틀어 당당함이라고 표현해 보겠다.


그럼 그다음 드는 생각은 뭘까? 내가 맞춰볼까? 여러분은 아마도 내가 예상컨대 다음의 대회를 넌지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과 나의 최종 목적지. 맞다. 하프 마라톤이다.



엄청난 거리라면서 엄두도 못 냈던 20.0975km의 거리를 무려 절반이나 뛰어냈으니 그 당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이고, 이를 발판 삼아 한층 더 자신감 있는 러닝까지 해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으니 이보다 좋은 조건이 세상에 어딨있을까.



결론적으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여러분은 무조건 용기를 얻게 된다. 어느 누가와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것이며, 심지어 마라톤 기록에 대한 욕심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러했다.



여러분에게 10km 마라톤을 뛰어보라고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할 수 있다’라는 성취감을 선사하고 싶었고, 둘째로 완주 이후 자연스레 생기는 용기라는 감정을 승화시켜 하프 마라톤 완주까지 해낼 힘을 전달하고 싶었다.



어떤가. 설레지 않는가? 본인이 하프 마라톤까지 뛰어냈다고 생각해 보자. 멋지지 않은가. 주변에서 끈기 있는 놈이라 숙덕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점점 당신다워질 것이라 단언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크리스틴 해나도 "자신을 믿어라. 당신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라는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인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그 순간부터 여러분의 일이 되고 고된 행군의 연속이니 누가 자처하고 나서겠는가. 만약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인정하겠다.



그러나 오롯이 당신만을 위한 러닝은 다르다. 100%가 아닌 200%의 능력을 한껏 뽐내볼 수 있는 자리가 여러분에게 러닝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한다. 내가 그러했듯 여러분도 당당해질 자격이 있다.



10km 마라톤을 정복한 당신, 이제 무엇을 할 차례인가. 바로 하프 마라톤을 정복할 차례다. 러닝은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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