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마라톤에서 벌어지는 일

by 자향자

여러분이 그토록 기다리던 마라톤 대회. 도대체 10km 마라톤 중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혹시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가? 아쉽게도 당신의 넘쳐흐르는 긴장감을 제외하곤 특별하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홀로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게 된다면 내가 느낀 바와 같이 약간의 외로움을 느낄지 모르고, 행여나 어느 누구와 함께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긴장감을 달래줄 겸 사진을 찍는 정도의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부럽다.)


사실 출발 전 여러분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경품 추첨에 관한 결과도 아니고, 지인들과 수십 장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며, 그저 마라톤 완주를 위해 몸 상태를 체크하는 일이 최우선이다. (그래도 사진 한 두 장은 찍어두자.)



최대한 여러분의 몸을 러닝에 가장 적합하도록 스트레칭해주자.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대회장으로 향한 여러분의 몸 상태는 아마 굳어있을 것이다. 한낮보다 기온은 조금 떨어져 있을 테니 다시 반강제적으로라도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주최 측의 일장 연설 후, 여러분은 대회장 출발선 앞에 몸을 두고 있을 것이다. (연설이 끝나기 전, 미리 출발선 앞으로 이동하자.) 이제부터 할 건 뭘까. 제일 먼저, 그날의 기록을 남겨두는 러닝 앱을 켜는 것 그리고 음량을 최대로 키워놓는 것이다. 잊지 말자. 여러분의 기록은 엄청나게 소중하다.


그리고 ‘오늘 무조건 완주한다.’라고 혼자 되뇌어 보자. 두 번의 대회를 통해서 나는 실제 효과를 봤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실제로 외치라는 소리가 아니다. 마음으로 외쳐도 충분하다. 이 정돈할 수 있지 않은가.


“5, 4, 3, 2, 1” 사회자의 안내에 맞추어 힘차게 발을 내딛자. 이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대회장의 분위기에 사로잡혀 처음부터 오버페이스를 확률이 대단히 높다. 아마 여러분의 눈은 어느 한 사람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고, 그 사람을 그대로 쫓아갈 확률도 매우 높다. 본인은 그러지 않을 거라 자신할 수 있는가. 정말?



여러분의 러닝 연습 시절로 되돌아가 보겠다. 당신이 열심히 뛰고 있는데, 한 러너가 등장했다. 수준이 엇비슷하게 느껴진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뛰고 있다면 당신은 무조건 포기하게 되어있다.) 당신은 어떻게 했는지 되돌아보자.



아마 십중팔구 제치기 위해 또는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을 것이다. 대회장의 분위기는 더하다. 이때 여러분만의 페이스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후반부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원기옥을 모으자는 이야기다.



호흡이 가팔라질 것이다. 평소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내가 뛰어본바, 그 정도의 호흡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더라.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말자. 여러분이 평소 킬로미터당 6분 정도의 페이스로 뛰었다면 대회 날은 아마 5분 45초 정도의 페이스로 뛰고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반환점을 도는 시점부터 여러분은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벌써 5km나 뛰어냈고, 남은 거리를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깝다. 10km 완주를 향해 무조건 달려야 한다.



7km에 다다를 때까지 꾸준히 뛰자. 남은 거리는 얼마인가? 맞다. 고작 3km. 이즈음부터 조금 더 이를 악물고 뛰어보자. 힘에 부친다면 지금의 그 속도를 계속 유지해 보자. 유지하는 것만으로 큰 성과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버틸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급수처가 나타날 때, 한번 급수하는 것도 당신의 남은 거리에 큰 에너지가 되리라 생각한다. (에너지 젤은 꼭 필요하다면 섭취하자.) 나와 같이 몇 초라도 줄여보겠다고 급수 없이 질주하는 잘못은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진심이다.)



처음 마라톤에 나서는 이라면, 아마 죽을 것 같다고 포기하고 싶다고 느껴질 때 즈음, 처음 출발했던 익숙한 풍경들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참고로 ‘내가 포기할까?’라고 생각했던 지점은 8km였다.) 아마 정신이 없겠지만 이제껏 여러분이 연습하면서 뛰어왔던 시간을 단 2초만 생각해 보자. 아까울 거다. 이 정도까지 뛰었다면 여러분은 결승점을 끝까지 통과할 수밖에 없다.



결승점이 보이는 거리를 앞두곤 여러분이 응축해 왔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자. 100m든 200m든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쥐어짜 내보자는 이야기다. 그래야 절대 후회가 없다. 결승선 통과 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느낌. 꽤 오랜만이지 않은가. 이게 나와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원활한 회복을 위해 꼭 스트레칭을 해주자.



이번 글은 말이 길어졌다. 대회 당시가 생각 나서였고, 자의적으로 뛴 첫 번째 마라톤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막상 완주해 본 사람들은 안다.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자신감 또한 솟구친다. 이 기분 그대로 하프 마라톤 완주까지 전달하자. 이제 진짜가 나타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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