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남이 Jul 04. 2024

말도 안 돼. 이걸 혼자 다 했다고?

2023년 1월 1일 그렇게 새로운 해가 밝아왔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육아휴직’이라는 명목으로 아내와 함께 1년간 아이를 돌보게 됐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아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공식적으로 허락됐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솔직히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제가 직장에 다니는 동안 아내는 오롯이 혼자서 3달간 아이를 돌봤습니다. 왜 ‘독박육아’라고들 하잖아요. 아내 홀로 울고 밥 먹고 똥 사고를 무한 반복하는 아이를 24시간 돌보면서 집안 정리도 하고 때로는 남편 식사까지 챙겨주는 일당백 역할까지 해왔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아내가 제게 이런 말을 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남편은 당분간 회사 출근해야 하니까 아이 돌보는 건 내가 다 할게.” 이후 회사 다니는 동안은 그 말만 믿고 육아에 어느 정도 등한 시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내 혼자 고군분투한다는 걸 알곤 있었지만 적극적인 변화를 도모하진 않았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돈을 벌고 있었으니까요. 스스로 합리화시켰던 겁니다.



직장 생활하며 제가 머릿속에 그렸던 아기의 모습은 ‘가끔 칭얼대는 귀여운 천사’로 정도로 미화 돼 있었습니다. 주말에 간간이 아이와 짧게 놀아주는 정도에 그쳤으니 진짜 알턱이 없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아이를 돌보는 게 그 정도로 힘든 건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시간은 이제 당분간 없어 보였습니다. 며칠도 안 돼서 본능적으로 직감이 오던데요? 밤낮없이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고 분유 먹이고 똥 싸면 처리하고 기저귀 갈아주고 무한 젖병 세척에 청소하고 빨래하다 보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혼자 하는 일치 고는 양이 정말 많아 보였습니다. '말도 안돼. 이걸 혼자 다했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와 동시에 교정 등의 치료를 위해 아이와 병원 갈 일도 많았습니다. 아이 수술 이후 서울 병원과 압구정에 있는 치과를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할 일이 많아졌거든요. 서울가는 길은 왜 그렇게 막히던지 몸이 딱 한 개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어렸을 때 모 방송사에서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연예인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 노동의 가치를 알아간다’라는 콘셉트였죠. 딱 그랬습니다. 365일 해야 하는다는 조건 외에는요.



새삼 아내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둘이 해도 좀 벅찰 것 같은데 아내는 이걸 혼자서 3달이나 했다고 하니까요. 제 상식에서는 말이 안 됐습니다. 그간 아기 보느라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그렇게 안 꺼냈거든요. 괜찮은가 보다 했는데 그냥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역시 위대한 엄마였고요.



이 정도로 아내가 힘든 상태라는 걸 알았다면 무리해서라도 조금 더 일찍 들어와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아무래도 육아도 함께 하면 수월하기 마련이니까요. 역시나 육아휴직 하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부부 간의 티키타카만 들어맞는다면 바르셀로나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기간이 '육아휴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울고 웃고 하는 시간을 통해 전우애 아니 부부애는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 지게 마련이거든요.

이전 13화 “동장님, 저 육아휴직 쓰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