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마음

by 새나

뭐든 해도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냥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숨만 쉬고 있어야 무탈하게 지나가는 그런 날.


남편이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을 해야 해서 나 역시 평소보다 더 일찍 아침밥을 준비했다. 따로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기보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선택을 했다. 이틀전에 사놓은 콩나물을 냉장고 야채칸에서 꺼내 깨끗이 씻어두고 쌀통에 쌀을 두어 공기를 퍼담아 쌀도 씻어 주었다. 씻어 놓은 쌀 위에 콩나물을 넣어 밥통의 취사 버튼을 눌려 놓았다. 콩나물밥이 되어가는 동안 콩나물밥에 넣어 슥슥 비벼 먹을 양념간장을 만들었다.


주방에서 나는 달그락 소리와 싱크대에서 연신 틀어대는 물소리에 아이들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여덟 시가 채 되지도 않아 콩나물밥과 양념간장이 차려진 식탁으로 모두 모여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콩나물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식탁에 차려진 밥을 보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싫어하는 밥이나 반찬이 식탁에 올라오면 투덜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한두 번은 그냥 어르고 달랬다. "콩나물 먹으면 키가 쑥쑥 큰데~!"이때까지만 해도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투덜대는 강도가 높아질수록 나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버렸다. 결국 미간의 주름이 생긴 화난 표정에 큰소리를 내고서야 조용해졌다.


식탁에서의 일의 시작으로 이날은 뭔가 계속 엇나가는 일들이 생겨났고 이런 날을 흔히 되는 일도 없고, 운도 지지리도 없는 날이라고 나는 칭하고 있다.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은 갑자기 출근 준비를 멈추고 "취소됐어~"라는 말을 남긴 채 다시 침대에 누웠다. 출근시간이 갑자기 오전일찍에서 오후 늦게로 변경되었다. 한두 시간 밀리는 것도 아니고 아침에 출근하기로 했는데 저녁이 다되어서야 출근한다는 게... 아침 일찍 분주하게 움직였던 시간이 별 쓸모없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에 허무했다.


이날은 읽고 싶었던 책들 서평 발표날이기도 했다. 웬만해서는 한두 권 정도는 읽고 싶은 책 서평에 당첨이 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서평 책의 당첨 유무를 확인해 보았다. 세 군데에서 7권 정도의 서평 책을 신청해 놓았는데 세 군데 모두 서평 책에 당첨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1권이라도 당첨이 되어었는데 이날은 단 한 권도 되지 않았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나도 모르게 나온 말에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 될 거 같은 생각에 최대한 "그럴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연이어 터지는 말도 안 되는 일들에 점점 나는 오늘 하루가 빨리 지나가 기를 바라고 있었다.


몇 달 전 비싼 치료비를 지불하고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치료했던 둘째 아이의 치아가 갑자기 부러져 어른들도 무서워하는 치과치료를 또다시 받으러 가야 한다. 또 치과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둘째는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는지 치과에 가기 싫다고 찡찡 된다. 남편 가게에 보조의자가 필요해서 아이들과 다 함께 자주 가는 마트에 갔는데 매번 갈 때마다 판매하고 있었던 철제의자가 이날은 판매를 하고 있지 않아 점원에게 물어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점원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오늘은 판매를 하지 않아요"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구실이나 트집은 나약한 마음이 표출된 것

이 훼방꾼이 드림 킬러다!

그럴 때는 자신의 잠재의식이 시험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화가 나거나 슬픔이 느껴지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본인이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당하게"문제없어"라고 대답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전적인 신뢰와 사랑을 전하고"커다란 변화와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는 갖추어졌어! 그러니까 스테이크를 주문하자! 이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내가 된 거야"라고 다시 한번 당당하게 주문을 한다. 그렇게 하면 주변의 목소리는 저절로 사라질 테니까 반드시 실천해보자


-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책 내용 중에서 -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이어 이어질 때는 운도 지지리 없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했고, 빨리 오늘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꿔 생각하면 꼭 운수 나쁜 날은 아니었다. 아침밥을 일찍 준비해서 먹음으로써 오전 시간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더 많아졌고, 남편이 오후 늦게 출근하게 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마트에 가서 필요한 생필품을 살 수 있었고, 아이의 치아는 뿌려질게 뿌려진 거라고 생각하니 뭐 딱히 그렇게 운수 나쁜 날도 아니었다. 남편 가게 보조의자는 인터넷으로 더 저렴하게 더 예쁜 의자를 구매해 놓았으니 어쩌면 마트에서 철제의자가 판매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뭐든 해도 안 되는 날이라고 내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뭐든 해도 안 되는 날이었다고 구실이 될만한 일들을 끼워 맞추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던 나의 나약한 마음이 구실과 트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겨 버려도 될 일들을 하나하나 의미를 두어가면서 되는 일도 지지리도 없는 사람, 운도 복도 지지리도 없는 사람이라고 나를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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