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로시 Nov 02. 2024

도착

설렘으로 떠난 여행은 그리움으로 도착했다. 여객터미널 안은 떠나는 사람들과 도착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민이는 돌아오는 배편에서도 멀미를 해야 했다. 좌석이 앞쪽으로 배정되어 배의 흔들림은 상상 이상이었다. 힘들어하는 민이를 위해 선박 직원이 민이를 배 뒤쪽 좌석으로 안내했다. 멀미가 심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기에 멀미를 하지 않는 나는 자리에서 기다려 주기를 권했다. 민이가 걱정되지만 선박 직원이 잘 챙긴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이 재미있다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취향과 성격은 멀미 유무까지 완전 정반대의 남매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때때로 신나게 잘도 논다. 미친 듯이 흔들리는 배의 움직임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 말대로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듯했다. 한 시간 넘게 멈추지 않는 놀이기구는 타고 싶지 않다. 한 시간 반이 지나자 극도의 울렁임이 위장을 자극했다. 멀미한 적이 있던가. 기억에 없다. 생에 처음으로 멀미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잠겼다. 위생봉투를 준비해야 하나 좌석 앞을 응시했다. 애매한 울렁증이 계속 이어졌다. 안내방송이다. 곧 우리는 부산에 도착한다. 


배가 부산항에 도착하고 민이를 찾으러 뒤로 걸어갔다. 민이는 바닥에 앉아 있었다. 민이 말고도 멀미에 힘들어하던 사람 몇몇이 있었다. 민이 손을 잡고 자리로 돌아왔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속이 울렁 댄다. 얼른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어지러움과 울렁거림이 사라지니 그리움이 남았다. 주머니에서 미쳐 버리지 못한 백엔샵 영수증이 나왔다. 핸드폰을 꺼내다 가방 안에서 곤약젤리 하나가 따라 나왔다. 히타카츠항 에서 민이가 가져온 관광안내 팸플릿이 반으로 접힌 체 가방 안쪽에 있다. 여행의 기억이 곳곳에 묻어 있다. 버리지 못하고 모두 가방 안에 넣었다. 주머니 안으로 구겨 넣었다. 현지 식당에서 만난 일본 할머니가 건네준 도라에몽 과자도 그대로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질 거다. 애써 구깃구깃 모았던 영수증과 안내책자들도 어디선가 뒹굴다 자취를 감출 거다. 그러다 문득 마주하는 그날의 기억이 여행을 그리움을 불러 세울 거고 우리는 또다시 여행의 설렘을 만나러 공항을 항구를 찾을 거다.  


'멈추세요' 대마도를 기억하는 나의 문장이다. 대마도는 조용하고 느리게 흐르는 곳이었다. 차들도 천천히 지나간다.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우리를 위해 차는 멈춘다.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곳이었다. 서툰 일본어 질문에 자세한 답변을 해주는 다정함이 좋았다.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답변이었지만 그 다정함이 고마웠다. 어떻게든 목적지에 가면 되는 거니깐. 그들의 다정함 덕분에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잠깐 멈춰 천천히 가보는 건 어떨까. 느리게 간다고 별일이 생기는 건 아니니깐. 조급한 마음을 잠깐 내려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멈추세요" 


도착이다. 일상으로. 짐은 나중에 나중에를 외치고 우리는 모두 조용히 잠이 들었다. 



이전 14화 흐릿한 일본의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