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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Nov 29. 2024

한밤중의 사람들

나카스의 밤


흔들리는 밤거리다. 나카스강 포장마차거리를 걸었다.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했다. 다양한 언어들이 섞여 말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불빛이 사라진 공원에는 술에 비틀거리다 주저앉은 사람들이 있었다. 담배연기가 쉴 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그곳을 지나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포장마차 거리를 지나면 조금은 고요해진다. 어렴풋 들리는 사람들 소리가 있지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조용한 거리를 걷다 만나는 밤의 거리는 낯설었다. 아이와 함께라서 더 그랬을까. 


냉정과 열정사이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 한밤중의 아이는 나카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카스는 일본 후쿠오카시 도심부에 자리한 길쭉한 배 모양의 작은 섬이다. 유흥상업지구로 나카강 산책로 주변에 포장마차 거리가 줄지어 영업을 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환락 시설이 밀집한 남측 구역은 일본의 3대 환락가로 손꼽힌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소설 속에 나오는 다섯 살 겐지가 한밤중에 홀로 지내야 하는 이곳 나카스의 밤은 아름답지만은 않은 곳이었다. 클럽문이 닫히고서야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겐지는 여전히 부모의 무관심 속에 거리를 방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겐지는 나카스를 자신의 세계라 칭한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삐끼 이시마, 고급 맨션을 버려두고 공원에서 사는 괴짜 노숙인 겐타, 식당 '데노고이'의 주인 야스코와 마을의 원로 '두꺼비 아저씨'다카하시, 겐지와 캐치볼을 해 준 젊은 요리사 헤이지, 함께 요리를 배운 첫 친구 쓰토무, 나카스에서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아이 히사나. 모두 겐지의 친구들이다. 다섯 살 겐지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그들은 겐지와 함께 했다. 



나카스의 밤거리는 고요와 소란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조용한 식당가는 불빛만이 존재감을 알렸다. 불이 꺼져 있다면 그곳에 있는 지도 몰랐을 고요함이었다. 다리를 사이에 둔 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고요와 소란이 마주하는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조용한 곳으로 걷다 보면 흔들리는 밤을 마주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을까. 언제부터 술을 마셨을까. 아직은 늦은 밤이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산책하기 좋은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술에 흔들리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혼자 걷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여서 좋았다. 


소설 속에서 먼저 나카스를 만나고 와서였을까. 어색하지 않은 거리였다. 캐널시티에서 나카스 강변으로 가기 위한 길목에서 아이와 함께 걷기에는 좋지 않은 골목길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골목길을 찾아서였을까. 구글은 이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상점 안의 사람들이 인기척에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와 함께 걷는 우리를 보고 눈길이 사라졌다. 


때때로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한다. 잘못된 길임을 아는 것에서부터 그 길에서 벗어나는 시작점을 찾는다. 처음은 당황할 수도 있다. 여러 번 두리번거릴지도 모른다. 그 길에 오랫동안 머물다 깨달을지도 모른다. 이 길은 잘못된 길이였구나 하고.

나카스의 밤은 그리 아름다운 거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캐널시티의 웅장한 분수쇼가 생각났다. 분수쇼를 바라보던 천진난만했던 아이들의 미소를 생각했다. 여행의 취향은 다를 수 있으니깐. 한밤중의 아이 렌지가 방황하던 나카스의 밤거리에서 우리도 방황했다. 먹을 것을 찾지 못했고, 놀거리도 찾지 못했다. 복잡한 불빛들과 엉켜버린 사람들 틈을 빠져나오며 체력이 소멸되어 갔다. 우리는 이제 그만 돌아가야 했다. 

밤은 깊어가고 흔들거리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경찰의 밤은 낮보다 바삐 움직이는 것 같다. 낮 동안 일본 거리를 걸으며 경찰을 마주하지는 못했다. 

 

온통 흔들거리는 밤거리를 만났다. 사람들도 건물들도 모두가 흐릿했다. 여행의 피로가 쌓여서였을까. 우리는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걷기만 했다. 곧 우리는 숙소에 도착한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리의 통증이 발바닥의 뜨거움이 참을 만했다. 


끝이 보이는 길은 희망을 품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에도 끝은 있다. 어디든 끝은 존재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도 끝이 난다. 불안은 곧 다시 오기는 하지만.

여행은 끝이 너무나 선명하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선명한 끝이 보여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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