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 알람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워 앉는다. 어젯밤에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자서 그런지 피곤함에 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부엌으로 향해 밥을 안친다. 압력 밥솥의 밥이 익는 정겨운 소리에 식탁에서 졸고 있다 화들짝 놀란다. 정신을 차려 도시락 통에 넣을 반찬을 서둘러 만든다. 점심, 저녁 도시락 2개를 싸야 하는 그녀의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도시락이 완성되면 새벽 5시에 나가는 딸이 위험할까 싶어 역까지 차로 바래다준다. 그녀의 하루는 매일 이렇게 시작된다.
커다란 백팩을 등에 메고 지하철 역에서 단어장을 보고 있는 학생을 보니 불현듯 예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22살에 편입 공부를 했다. 그 1년 간 매일같이 새벽 5시에 나가 밤 11시에 집에 들어오곤 했다. 체력도 약한 내가 그렇게 이 악물고 공부를 해보겠다고 하니 우리 엄마는 말없이 도시락을 싸 주시고, 새벽마다 안양역까지 나를 데려다주셨다. 한 번도 힘들다고 불평하신 적이 없으셨다. 그렇게 조용히 엄마는 엄마의 사랑을 나에게 전해주셨다.
나도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 보니 알겠다. 보이지 않는 엄마의 헌신과 사랑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걸. 그 배려와 헌신 덕분에 편했던 것을 그때는 잘 몰랐다. 엄마는 내가 집에 들어오는 것까지 꼭 확인하고 주무셨다. 자식의 사랑은 절대 부모의 사랑을 넘을 수 없는 것 같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사랑 또한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듯싶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을까. 부모님의 곱고 예뻤던 젊은 날은 우리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쓰였다. 이젠 우리 차례인 것 같다. 외롭지 않게 자주 전화드리고, 찾아뵙는 것. 물론 그 사랑의 크기에 절대 미치지 못할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