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페의 그녀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금천구 쪽의 사무실에 근무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녀는 작은 키에 마른 체형이지만 굉장히 친절했다.
가끔 커피를 마시러 가면 공짜로 커피를 주기도 하고 스탬프를 몇 개 더 찍어주기도 했다.
유독 나에게만 더 친절한 건지 모두에게 그렇게 친절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마웠다.
저녁에 따로 만나서 밥 한 끼라도 사주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같이 일하는 남자 직원 얘기로는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갔다고 한다.
어디로 갔는지 물어볼 수도 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전화번호로라도 하나 받아 놓는 건데 너무 아쉬웠다.
정말 우연히 길에서 한 번 만나긴 했다.
아내 따라서 어딜 찾아갔다가 주차를 해놓고 아내가 일을 보는 동안 시장을 구경하고 다니다가 길에서 그녀를 보았다.
엄마네 집이 이쪽이라서 잠깐 틀렸다는 것이다.
그때라도 전화번호를 하나 받아 놓을걸,
그날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그다음 두 번째 카페는 내가 우리 동내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가게 된 카페였다.
"카페인 중독"이라는 카페인데 나는 그곳에서 카페인 대신 스무디에 중독이 되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카페 사장님에게 중독이 되었던 것 같다.
그곳엔 2명의 여인이 있었는데 한 명은 아르바이트인 것 같았고 내가 호감을 품고 있던 사람은 카페 사장님이었다.
그녀는 내가 갈 때마다 웃으며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나는 그곳에 갈 때마다 블루베리 스무디를 마신다.
얼음을 적당히 갈아서 작은 얼음도 씹히면서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샤베트 맛♡
어느 날인가 사장님이 "스무디 좋아하시는데 레인보우 스무디를 한번 드셔보라"라고 권해주는 것이었다.
먹어보니 블루베리 스무디보다는 조금 달긴 하지만 환한 색상과 조금은 색다른 맛에 다음부터는 계속해서 레인보우 스무디만 시키게 되었다.
결혼은 한 것 같은데 뭔가 사연이 있는듯한 느낌이랄까! 물어볼 수도 없고,
어느 날 오후쯤엔가는 학원가방을 메고 있는 아이를 길에 서서 다독거려 주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 혼자서 아이를 케어하는 이혼녀,
어쨌든 모든 것을 내가 다 수용하고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웬 별의별 상상을 다하다가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고 찬바람이 부니 스무디를 마실일이 별로 없어 찾아가지 않게 되었다.
가끔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했지만 일상에 묶이고 추위에 묶이다 보니 멀어지더라.
굿굿하게 잘 살고 계시겠지.
참고로 난 스무드를 마실 때 조금 녹였다가 숨 한번 들이쉬고 단숨에 쭉 마시는 걸 좋아한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그 시원한 쾌감을 맛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 한 군데는 친구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자매 둘이서 운영하는 카페인데 그 카페는 내가 친구 사무실에 갈 때마다 출근도장 찍듯이 자주 들르게 되는 카페이다.
어쩌면 친구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두 자매를 보러 다니는 것처럼 자주 들르게 되었다.
일주일에 3~4번 정도,
그러나 그 가페의 최대 단점은 내가 좋아하는 스무디는 메뉴에 없다.(그렇게 다녀 단골이 됐으면 나를 위해 만들어 줄법도 한데,,,)
갈 때마다 친구 가족들 음료수도 사주고 빵도 사주고 하다 보니 금전 지출이 적진 않았다.
그래도 두 자매에게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뽐내고 싶은 마음에 통 크게 쓰기는 했지만, 그것도 직장을 다닐 때는 부담이 적었는데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계약직으로 일을 하다 보니 나 스스로 금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찾아가는 횟수를 줄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는 때처럼 전화도 없이 친구네 사무실에 갔는데 친구가 지방 출장을 간 것이다.
혼자 카페에 들어가기가 그래서 자주 걷는 망원유수지 한강공원 쪽으로 산책을 하며 걷다가 길모퉁이에 있는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목도 마르고 스무디가 생각나서 무작정 들어가서 블루베리 스무디를 시켰다.(그곳의 메뉴판엔 레인보우 스무디는 없었다.)
내가 자주 다니던 우리 동네의 스무디보다는 씹히는 얼음도 크고 스무디 고유의 맛이 다르지만 카페 사장님이 맘에 들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카페 사장님,
어느 날부터인가 친구네 사무실 옆의 자매 카페를 가는 횟수를 줄이고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언젠가 우연히 사장님이 어머님인듯한 사람과 통화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직 미혼인듯한 대화가 오간다.
'나도 미혼이었으면'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참 자매 둘이 운영하는 카페가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매장을 옮겼다고 친구에게 들었다.
한 번 찾아가 볼까!
사람들은 가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상상에 그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수레바퀴처럼 맞추어 다시 일상을 돌리기 시작한다.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아빠로,
그 일탈을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