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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씨

내가 대표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거래처와의 관계였다.

지점장은 그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나와는 첫 대면이었다.

"지영" 대표님,

주민등록상으로는 나보다 한 살 적어 일 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비슷한 또래였기 때문에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우린 서로에게 호감이 갔던 것 같다.

대표님은 언젠가 "우리 친구 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도 흔쾌히 "한 살 차이면 같이 학교 다닌 친구"라며 편하게 지내자고 했다.

대표님은 그리 크지 않은 소규모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지점장과 함께 대표님의 사무실을 자주 방문했었다.

업무차 서류 자필받으러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친목 도모차 사무실로 찾아가서 차를 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하고 오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내가 그 당시에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시집을 출간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때라 혹시나 하는 기대감 때문에 다른 거래처들보다 더 자주 찾아다녔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나의 꿈을 추구하는 방향에 대표님이 계셔서 나는 어떤 기회가 된다면 대표님의 도움으로 시집을 출간해보고 싶은 흑심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표님과 친분이 두터웠던 지점장이 퇴직을 한 후에도 나 혼자 업무 관계로 찾아가기도 하고 공교롭게 초등학교 부랄 친구 사무실이 대표님 사무실 근처라 퇴근하면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들른 적도 있고 토요일에 집 근처로 찾아가서 점심 식사를 한 적도 있었다.

달력이 나오면 달력 갔다 준다는 핑계로 사은품이 나오면 사은품 갔다 준다는 핑계로 나는 어떻게든 나와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려고 자주 방문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 차례 사무실을 방문하여 차를 마시고 식사도 하다 보니 업무적인 대화 외에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시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말하게 되었다

어느 날인가 사무실을 방문해서 차 한잔 하면서 제가 시를 좋아해서 시집을 출간하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운을 띄워도 대표님은 깊게 질문해 오시지는 않으셨다.

아마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채셨겠지!

대표님이 도움을 줄 수 없으니 더 이상 깊게 질문해 들어오시지는 않은 거겠지!
사실이 그렇다.

소규모의 출판사가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이름도 없고 이렇타할 수상 경력도 없는 사람의 시집을 출간하기는 만무하다.
시집을 한 번 출간해 보자는 제의를 쉽게 할 수는 없었으리라!

나였어도 그랬었을 것이다.

어느 날엔가는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대표님은 안 계시고 사촌 동생인 "김주관"님만 계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아간 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개인이 시집을 한 번 출간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냐고 질문을 드렸더니 출판 부수에 따라 출판 형태에 따라 비용이 틀리다며 요목조목 설명해 주신다.

그리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몇 부 이상이 안되면 출판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도 말씀해 주신다.

그러면서 개인이 책을 출간하는 것이라면 비용을 들여 종이책을 출간하는 것보다 저렴한 전자책 출간을 한 번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신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난 바로 전자책 출간 사이트를 검색해 보았다.

그래서 컴맹인 내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전자책으로 나의 첫 시집을 출간하였다.

비록 세상에 종이책으로 나오진 못했지만 전자책으로 내 시집을 직접 출간해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자랑할 순 없는 일이지만 나 스스로 해냈다는 것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

혼자서 전자책을 출간하면서 느낀 것은 출판사 등에 출간을 의뢰할 때는 본인 스스로가 공인된 수상 경력 기본적인 베이스는 준비가 된 후에 출간의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신춘문예라도 당선이 됐으면 "지영" 대표님은 내 시집을 출간해 보려고 시도했을까!

아니다, 대표님이 출간하려는 출판의 장르가 나랑 코드가 맞지 않았던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뒤로 다른 지점으로 인사이동을 한 후로도 대표님과 몇 번의 왕래를 가졌었다.

지주 만나다 보니 남자 대 여자로 대표님을 좋아하는 감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대면에서부터 대표님께 호감이 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개인적인 사심에 가려 그런 감정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어느덧 그런 사심을 버리고 대표님을 대하다 보니 계속 만날 수 있다면 더 가까운 관계로 발전시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거래처와의 관계라는 구심점을 잃으니 그 만남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도 내가 먼저 연락해서 찾아가면 기쁘게 맞아 주실 텐데 아직은 내가 그 사랑 앞에 내세울 게 없다.

내가 좋아서 글을 쓰고 시를 쓰지만 내가 사랑한 "지영"씨에게도 출판사의 발전이라든가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만나 봬야 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냥 아무 조건 없이 좋아하려고만 했던 감정의 풋내기 사랑은 가슴 저편에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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