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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사랑했었다

나는 언젠가 신설 점포에 인사 발령을 게 되었다.

난생처음으로 신설 점포에서 근무를 하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점포가 오픈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날의 몇 달 전부터 그 추운 겨울에 전단지를 들고 다니며 지역 홍보도 하고 여러 가지 개점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곳의 초임지점장으로 내정된 사람은 나의 고등학교 선배였다.

호 지점장, 

그분은 참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고등학선배가 아니었더라도 배울 점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지점장이 고등학교 선배라 그분한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다른 직원들보다도 정말 열심히 했다.(내 성격상 지점장이 학교 선배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일을 했을 것이다.)

개점 초기부터 내가 인사이동이 되어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날 때까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는 고등학교 선배인 지점장이 인사이동이 되어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날 때까지 그분을 위해 진짜 열심히 했다.

내 몸을 사리지 않고 거래와의 술자리에도 많이 배석했으며 지방도 가리지 않고 섭외를 다니기도 하면서 야근도 많이 했다.

그러다 선배 지점장 먼저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고, 나도  지점에서 몇 달을 더 근무하다가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새로 발령받은 지점의 지점장도 나의 고등학교 선배였다.

더군다나  지점이 속해 있는 영업본부의 본부장도 나의 고등학교 선배였다.

정말 이곳에서도 두 명의 선배에게 누가 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승진에 대한 욕심도 없이 일만 했었다.

참 바보였다.

본부장과 지점장이 학교 선배라 날 승진시켜 달라고 부탁을 해도 될 뻔했었는데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학교 후배인데 알아서 잘 챙겨주겠거려니'라는 생각으로 그냥 멍청이처럼 일만 했다.

그러기를 몇 년이 흘렀을까?

6개월마다 몇 번의 승진 인사가 있었지만 매번 승진자 명단에 이름은 없었다!

나는 그래도 그때까지는 그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본부장이 본부 부서발령이 나 지점장도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나서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나는 선배 본부장이 다른 부서로 출근하기 하루 전날 찾아가서 작별 인사를 했다.

'건강히 잘 가시라'라고 안아드리면서 마음속으로는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저를 좀 챙겨주고 가시지 그냥 가십니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말은 하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몇 달 후 나는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그곳에서는 나의 학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지점장을 만나게 되었다.

어떠한 지연이나 연고도 없었다.

그러나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지점장은 있는 ,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서 나를 차장에서 부지점장으로 승진시켜 주었다.

사실 나는 내 고등학교 동기 동창들이 거의 다 지점장을 때도 부지점장인 관리자가 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나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던 그 지점장은 나를 부지점장으로 승진시켜 주며 나의 오랜 숙원을 매듭 지을 수 있게 해 주었다.(그토록 기다린 승진의 한을 풀 수 있게 해 주었다.)

백 퍼센트 연유는 아니겠지만 나는 그 지점장이 인사이동이 될 때까지 그 지점장에게 애정을 가지노력 노력을 헌신했다.

부하 직원의 인사를 챙기는 그 마음은 지금도 갸륵하고 감사해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가 신설 점포 때 근무한 지점의 고등학교 선배인 지점장과 내가 다음 점포에서 모셨던 고등학교 선배 지점장과 본부장님을 한때는 학교 선배라서만이 아니라 직장의 선배로써도 존경하고 부러워했었다. 

그렇지만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왜일까?

그들은 내가 존경하고 노력했던 것만큼 나를 사랑했을까?

나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렇게 내버려 두었을까?


내가 조직 내에서 또는 동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나에게 부지점장이라는 타이틀을 조금 더 빨리 달아줄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그들에게는 있지 않았을까!


한때는 나를 헌신했던 사람들에게서 느끼게 되는 미움은 더 큰 반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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