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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정말 우연이었다.

그날도 똑같이 자가용으로 운전해서 출근을 하고 있는데 버스정류에 서 있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보게 되었다.
너무 반갑고 뜻밖의 만남이라 문을 열고 타라고 했다.
정말이지 우연히 카풀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그날 이후로 매일 아침 그렇게 그 녀의 집 근처에서 만나 카풀을 하기 시작했다.
난 아침마다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그 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 않게 하려고,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려고 엄청 신경을 썼다.

그 녀는 참 예뻤다.

직장 후배이고 나보다 어린 미혼 여성이었다.
어떨 때는 가끔 퇴근할 때도 서로 시간이 맞으면 가는 길에 데려다주기도 했다.
정말 보기 싫은 사람도 자주 보면 정이 든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더군다나 그렇게 예쁜 직원과 같이 다니며 옆에서 자주 보게 되니 더 예뻐 보였다.

매일 예쁜 미혼의 여성이 내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대화를 하며 출근을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황홀한가?
여름이 되니 그녀는 젊은 여성답게 짧은 미니스커트에 가슴이 많이 패인 옷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옆자리에 앉아서 조는 건지 잠을 자는 것인지 눈은 감고 약간 고개를 숙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도 곁눈질로 옆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속이 많이 패인 옷 사이로 그 녀의 가슴골이 보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가슴골이었다.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아 나는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잠이 든 것인지, 자는 척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혼자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때 만일 나의 이성의 지배자가 앞으로 나서서 만류하지 않았다면 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운명도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런 상상했던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직장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권고사직을 당했겠지,

어쨌든 내가 미혼이었다면 그녀에게 몇 번의 퇴짜를 맞더라도 또다시 다가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의 나는 애석하게도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남자였다.


그때의 위험한 카풀 경험을 한 나로서 몇 가지 지난 소회를 적어본다.
가급적 아는 사람들 특히 직장 동료들하고는 카풀을 하지 마라.
동성이라면 그래도 모르겠지만 이성끼리는 절대 카풀을 하지 마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혹시 어쩔 수 없이 직장 동료인 이성끼리 카풀을 해야 한다면 2명이 아닌 3명 이상의 인원으로 카풀을 하도록 해라.

둘이서는 너무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옆에 앉은 사람이 아름다운 여성, 멋있는 남성이라면 더욱더 그런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그때 당시의 상황이 내가 그 아이를 좋아했던 것인지 그냥 아름다워서 젊은 피가 끓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매일 옆에 태우고 다니다 보니 편한 아내인 줄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아이의 아름다움에 도취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는 사실인 것이다.

우리 미혼으로 다시 만난다면 네게 고백하고 싶다.

너를 사랑해도 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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