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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도 사랑이다

존경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어졌.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가 한 때 근무했던 지점의 "진우" 지점장, 

나는 그때 당시 개인 대출 담당 책임자였다.
그분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실적을 위해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정말 일을 위해서는 적극적이었다.

지점에는 거의 앉아 있지 않고 지방도 자주 가고 하루 종일 섭외를 하며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나를 불러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지점장이 밖에서 대출을 늘려 놓으면 당신은 안에서 다 까먹고 있어요. 가계 대출이 이렇게 많이 줄었는데 당신은 뭘 했습니까? 당신이 줄은 거 책임지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성실하게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잘못된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은행은 아무리 성실해도 숫자로 평가한다.

아무리 열심히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어도 총량이 줄어 있다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랬다.

나는 개인 대출이 계속 상환되거나 타행으로 이탈이 되어 총량이 줄어드는데도 그것을 늘리기 위해 여타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냥 매일매일 하는 일만 되풀이하며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명백한 나의 잘못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혼자 뒤집어쓰기에는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점장은 기업 대출 증대하려고 열심히 섭외를 다녔지 개인 대출증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도, 도움도 주지 않았다.
지점장은 기업 대출 책임자와 둘이서 열심히 섭외를 다니며 기업 대출증대시켰다.

렇지만 개인 대출증대하기 위해서 나와 함께 해준 일은 하나도 없었다.

어찌 보면 오르지 나 혼자만의 책임은 아닌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지점장은 나를 대신하여 개인 대출 팀장을 다른 책임자로 바꾸고 나를 예금 창구 팀장으로 업무 변경을 했다.

나는 나름대로 분하고 억울했다.

그래서 인사부에 있는 동기한테 부탁을 해서 어느 지점이라도 좋으니  지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이동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찌 보면 지점장의 업무 분장 인사에 불만을 품고 부탁이 아닌 청탁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음번 인사이동 때 서울의 끝과 경기도의 시작하는 경계에 있는 다른 지점으로 인사이동을 하게 되었다.(생각해 보면 나의 인사 청탁이 아니라 여신전문가가 예금창구에서 업무를 보고 있으니 보직에 맞는 지점으로 자연스럽게 발령이 난 것일 수도 있고 예정된 좌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감사 관련으로 내가 업무적으로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나의 진심을 믿어주고 벌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던 사람(결과적으로 진심을 인정해 검사 부서에서도 벌을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를 차장 승진 대상에서 유보시키지 않고 제때에 승진을 시켜 준 사람,

그분과 같이 일할 때 언젠가는 우리 지점은 평가에서 1등을 하여 포상금으로 전 직원이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었다.

나중에  일이지만 그분은 본부장으로 승진되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조직에서 몰라 줄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그 지점장을 중심으로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끼리 모임이 결성됐다.

그렇지만 나는 나가지 못했다.

나의 얄팍한 자존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지점장은 내가 한 때 존경하고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우리 다시 만나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하나?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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