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러닝을 좋아합니다. 뛰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온전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느낌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항상 러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로 한 달에 100km를 뛰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한 달에 100km를 뛰겠다고 계획했을 때 '하루에 약 3~4km씩 꾸준히 뛰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이 생각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깨닫는데는 얼마걸리지 않았습니다.
러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러닝을 즐기는 소위 잘 뛰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루에 10km씩 러닝 하는 분, 러닝 크루에 가입해 매일 같이 함께 러닝을 즐기는 분, 마라톤을 취미로 하는 분 등 러닝에 진심인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렇게 검색을 하며 많은 분들의 러닝 스타일에 대해 알게 되니 마음에서 불꽃이 일었습니다. 어린 시절 성룡이나 황비홍의 무술영화를 보고 마음이 들떠 괜히 주먹을 휘둘러보는 그런 들뜸이었죠.
그렇게 한 달에 100km를 뛰겠다는 제 욕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3~4km를 뛰는 게 아니라 6~7km를 20일 정도면 100km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호기롭게 러닝을 시작했죠. 이때 난생처음으로 20만 원 상당의 러닝화도 질렀습니다. 러닝도 장비빨이니까요.(웃음) 새로운 러닝화까지 장만했고 의지도 충만했기에 다음날 아침 바로 운동장을 찾았습니다. 그때의 마음은 한 달 150km도 가능할 것 같은 마음이었죠.
하지만 러닝을 시작한지 약 10일이되자 왼쪽 뒤꿈치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통증은 그저 묵직한 느낌 정도라서 익숙해질 거라는 생각으로 계속 러닝을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습니다. 이제는 통증이 심해져 걷기가 불편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뭔가 잘 못되었다는 생각에 러닝을 중단했습니다. 병원을 찾으니 아킬래스건염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약 2주간은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주셨습니다. 보통 때라면 "네"라고 말하는 편인데 그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2주요? 저 러닝 해야 하는데요?" 의사 선생님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저를 바라보시며 "이 상태로는 절대 뛰면 안 됩니다."라고 재차 충고하시더군요.
절뚝거리며 병원 문을 나오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한달 100km 러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부상으로 물거품이 될 것 같았죠. 참 절망적이었습니다.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아씨 망했다', '나는 왜 이런 거야', '몸만 있으면 되는 러닝인데 이것도 못하네' 등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생각에 참 속상했습니다.
그렇게 2주 동안 요양이 시작되었고 하루하루 달리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했습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통증이 조금 완화되었죠. 저는 의사 선생님의 '2주 안정'이라는 소견을 무시하고 가볍게 3km만 뛰자라는 생각으로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뛰기 시작했고 '뭐야 괜찮네'라고 느낄 만큼 상태가 좋았습니다. 사람은 참 간사합니다. 러닝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100km라는 목표가 머리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신이 나서 달리고 있었죠. 그런데 1km도 가지 못하고 왼쪽 아킬레스건 쪽에 통증이 다시 발생했습니다.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이러다 아예 못 뛰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당장 러닝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의사선생님의 소견에 따라 쉬었습니다. 회복기간이 지나 다시 러닝을 시작했는데 아풀싸 또 아프더라고요. "와 나 이제 뛸 수 없는 사람인가 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헬스장을 찾아가 러닝머신을 천천히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통증 없이 5km를 뛰고 있는 겁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나는 다시 뛸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라고소리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6km 정도를 뛰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을 부렸다. 준비가 안된 상태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부상을 입었다. 분명히 한 달 100km는 좋은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한 달 100km 러닝을 위한 하루 7km 러닝은 무리다. 그리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러닝 기록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러닝 기록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공통점은 km당 5분 10초 페이스로 달릴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 기록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장거리를 뛰려고 하는 사람이 짧은 거리를 뛰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뛰려고 했으니 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멀리 가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그 후부터 저는 천천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에 7km를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장거리 러닝을 위해서 속도를 조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아마 계속해서 빠른 속도를 고집했다면 러닝을 아예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얻은 것은 '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입니다.저의 몸은 분명 3~4km만 뛸 수 있는 상태였죠. 하지만 그것도 모르고 준비과정 없이 7km를 뛰려 했으니 버티질 못한 겁니다. 나를 모르고 무리한 욕심을 낸 결과를 아킬래스건염으로 돌려받은 것이죠.
이처럼 저는 러닝을 통해 2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첫 번째, 멀리 가기 위해서는 다른 준비와 방법이 필요하다. 두 번째, 다른 준비와 방법의 해답은 나에게 있다. 이 두 가지 깨달음은 비단 러닝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목표를 계획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실패할 때도 있고 때론 포기할 때도 있죠. 그리고 마침내 성공할 때도 있습니다. 실패, 포기, 성공 모든 것에는 그에 맞는 준비와 방법이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거나 포기하는 것에는 그에 상응하는 준비와 방법이 있었을 테고 성공했다면 그 또한 그에 걸맞은 준비와 방법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다른 준비와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준비와 방법의 해답은 나에게 있습니다.
제가 4km에서 7km를 뛰기 위해 속도를 늦췄듯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와 방법의 해답도 분명히 여러분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조절입니다. 지금 삶에서 목표한 바가 계속 틀어지고 있다면 속도조절이 필요한 때입니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그 시선을 나 자신에게 돌려 나를 바라보세요. 어떤가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어가는지 아시겠나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잠시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지쳐있지는 않는지를요. 남과 비교하면 내 속도는 보잘것없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빨리 달리는 사람이 아닐 수 있거든요. 여러분은 아니더라도 저는 확실합니다. 저는 빨리 달리면 안 되는 사람이죠. 그래서 저는 제게 질문하며 항상 속도를 조절합니다. '괜찮니? 더 할 수 있어?'
김지혜 작가의 <책들의 부엌>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정작 내비게이션은 최단 거리라고 해서 섣불리 최적 경로라고 판단하지 않는데" 어쩜 우리는 사회가 바라는 최단 거리를 최고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최적이라는 강박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자신의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던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달리고 있는 방향과 속도에 맞춰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인생을 즐길 준비와 방법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즉, 인생의 속도를 자신에게 맞게 조절하고 자신만의 준비와 방법으로 자신만의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 우리 휩쓸리지 맙시다. 아니정확하게 휩쓸려가지 맙시다.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자신에게서 찾은 준비와 방법으로 당당하게 한 걸음씩 나아갑시다.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살아갑시다. 그러다 보면 나만의 행복과 희망이 나와 함께할 것이라 굳게 확신합니다. 오늘도 당신만의 하루를 살아내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