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타임(2)
일을 받았는지 영채도 와있었다. 둘은 손을 흔들며 아는 체했다. ID를 찍고 들어가자, 물류센터에서 로봇들이 부지런히 배달할 물건을 분류하여 포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건 받는 지점에 서니 이내 꾸러미가 튀어나왔다. 지민은 영채에게 인사하려 했으나 어디에 갔는지 안 보였다. 출발 알림을 누르고 15km 여정을 떠났다. 이곳 동천에서 이보나시티 4 구역으로 가는 길은 물류소에서 가깝지만, 모기가 지독하게 많기로 유명하다. 배달로 먹고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조금 기피하는 장소다. 지민은 왼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잡고 오른손에 전자 모기 채를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영채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전자 모기 채에 키링을 달거나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지민의 것은 그저 순정.
아니나 다를까 모기떼들이 습격해 오기 시작했다. 방충 옷과 튼튼한 작업화, 헬멧과 목 사이, 최대한 드러난 피부가 없도록 꽁꽁 싸맸지만, 모기떼는 1mm의 틈새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눈앞으로 날아드는 모기떼들을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듯 이리저리 쳐냈다. 지민에게는 익숙한 라켓 휘두르기였지만 모기들이 왠지 평소와는 느낌이 달랐다. 기분 탓인가? 연약한 인간의 혈관에 침을 박고 피를 빨고 싶은 모기의 욕망은 극에 달아 거의 증오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민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이보나시티에 도착했다. 대기업의 자랑할만한 기술로 만들어진 방충돔이 시작되는 입구에 서서 도착 알림을 누르고 이보나시티에서만 일하는 잇고 플러스맨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는 꾸러미에 태그를 한 뒤 인사도 없이 쑥 들어가 버렸다.
지민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쪽 골목 어귀에 자전거가 나동그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잇고맨이 타는 자전거인데? 지민은 무슨 일인가 가까이 다가갔다. 자전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람 한 명이 쓰러져있었다. 헬멧을 쓰고 있어서 상태가 어떤지 보기가 어려웠다. 지민은 자전거에서 내려서 쓰러진 사람을 살펴봤다. 이 사람 살아있는 건가?
팔과 다리가 춤을 추듯 기이하게 뒤틀려 있다. 가슴이 살짝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기는 한데 헬멧을 벗길 엄두는 안 났다. 지민은 회사 긴급 연락망으로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다. 5분 정도 기다리니 회사 관리 직원들이 와서 누워있는 사람을 구급차에 태웠다. “무슨 일인가요? 모기떼들에게 습격을 받은 건가요?” 지민이 물었다. “저희도 일단 의료센터에 가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관리 직원들은 무표정하게 말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