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타임(3)
지민은 좀 더 남아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사람이 쓰러진 것을 본 것은 지민이 열일곱에 배달일을 시작해 삼 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허접한 소재지만 방충 장비를 제대로 갖춰 입고 전자 모기채만 제대로 휘두르면 이제 모기에 의해 쓰러지거나 죽을 염려는 별로 없었다. 비싸긴 하지만 MXV치료제나 백신도 개발되었다. 배달일이 힘들어도 한 건에 30,000원이나 벌 수 있는 동천에서 몇 안 되는 일이라 지민은 자신의 직업에 만족했다. 지민은 사람이 쓰러져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전자 모기채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자 모기채에는 요새 블링크 피드에서 인기 급상승인 버츄돌 ‘라키’의 홀로그램 스티커가 잔뜩 붙여져 있었다. 지민은 전자 모기채를 눌러봤다. 충전도 잘 되어있고 정상 작동하는 것 같다. 지민은 자전거를 타고 그 근처를 샅샅이 봤다.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터널 근처 벽에 못 보던 검은 물체가 발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고 꾸덕꾸덕해 보인다. 이게 뭐지? 좀 더 가까이 가보려고 하니 아리가 경고했다. “나노봇 활동 감지, 귀가 요망” 지민은 아리의 갑작스러운 경고에 허둥지둥하다가 건물 모서리에 튀어나온 요철에 바지를 찢겼다. 지민은 방충 장갑을 낀 손으로 바짓단을 움켜쥐고 배낭에서 덕 테이프를 꺼냈다. 지만은 상업용 나노봇일 거라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아리에게 이 수상한 물질의 동영상과 사진을 찍게 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방충옷을 수리하며 지민은 주변을 둘러봤다. 2000년 이후로 전혀 개발이 안 된 듯한 낙후된 동천의 거리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지민은 뒤틀린 사지로 춤추듯 쓰러져있던 사람과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모기채, 무표정한 잇고맨 관리 직원들과 검고 찐득찐득한 물질을 번갈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 지민은 저녁을 먹으며 영채와 도윤이와 홀로그램 채팅을 했다.
지민은 우물거리며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사람이 쓰러져있었다니까, 요즘에는 방충복 잘 입고 모기 채만 잘 휘둘러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잖아. 배달 다니면서 그런 건 처음 봤어.”
“많이 놀랐겠다. 무슨 일일까? 영채가 말했다.
“너희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특별한 말한 건 없고?” 도윤이 물었다.
“글쎄, 자기들도 센터에 가봐야 알겠다던데? 아, 맞다. 그 근처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어. 이것 좀 봐. “ 지민은 아까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띄웠다.
찐떡하게 반짝이는 검은 물질을 확대해서 자세히 본다. 아까는 몰랐는데 확대해서 보니 미세한 입자 같은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어? 뭔가 움직이는데?” 영채가 말했다.
“그러게, 아까 자세히 볼까 했는데 아리가 갑자기 나노봇 활동 경고를 하는 거야. 상업용인지 군사용인지 몰라서 일단 돌아왔어. 허둥지둥하다가 바짓단도 찢어지고.” 지민이 대답했다.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영채는 내일 같이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 도윤은 내일은 자신의 일터에서 뺄 수 없는 재활용 작업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대답했다. 영채와 지민은 같은 회사인 잇고맨에서 일하지만, 도윤은 인근 재활용 작업장에서 일한다. 도윤은 곧잘 폐기물에서 유용한 것을 찾아내서 친구들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맞다. 자생식물 키트를 재활용장에서 발견했거든? 동료들도 다 필요 없다고 해서 내가 챙겨뒀어.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어, 나 줘, 품번이 뭔지 기억나?”
“N9이었나?” 하나는 뭔지 모르겠다.”
“N9면 가지일 텐데”
“그리고 그 바이올린, 아직도 현 못 구했지?”
“당연하지, 버츄돌 소비 말고는 아무도 음악 같은 걸 안 듣는데,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나도 할머니 유품이라 가지고 있는 것뿐이야." 지민이 대답했다.
“기다려봐. 왠지 내가 구할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리고 내일모레 저녁 늦게 시간이 될 것 같은데, 그때 다 같이 가볼까?” 도윤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