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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Nov 11. 2024

춤을 추며 사라지는 사람들

댄스타임 5

[긴급 속보]

이보나시티 3 구역 돔에서 1km 떨어진 지점 어드레스 구역에 원인 불명 사망자 다수 발생

현재 원인을 규명하는 중이며 안전한 실내에 머무를 것을 권장


  아리가 긴급 속보를 읽었다. 공식 뉴스로는 별 정보를 얻을 수 없기에 지민은 아리에게 블링크 피드를 열라고 했다. 피드를 열자마자 어딘가 신이 난듯한 피더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독자 여러분, 특종입니다. 이 피해자들은 온몸에 흡혈을….”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현재 원인 불명 사망자 다수가 이보나시티 사람들이었다는 거….”

“피해자들을 애도하며 라키의 신곡에 맞춰 댄스 챌린지….”

“머릿속에 음악이 들려서 미친 듯이 춤을 추었을 뿐이라고 하는 생존자의 증언이…..”

자료사진을 어디서 얻었는지 팔과 다리가 과장된 각도로 뒤틀려 꺾여 있는 피해자들의 사진이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어? 춤을 추는 듯한 이 모습!“ 지민은 얼마 전 길거리에 쓰러져있던 잇고맨을 떠올렸다. 벽에 발라져 있던 검은 물체와 거대한 비행물체에게 위협을 받았던 일 모두 어제의 일인데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 지민은 생각했다. 요즘 사람들은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거의 방충처리가 된 실내에서만 생활한다. 밖으로 나올 일이 있어도 공공주행차를 타고 이동할 뿐이지 길을 걷거나 하는 일은 없다(말이 공공이지 대여가격이 너무 비싸 잇고맨이 세 건은 배달해야 탈 수 있는 금액이다). 게다가 피해자 다수가 이보나시티 사람들이라는 건 말이 안 되었다. 그들은 웬만해서는 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영채와 도윤에게 채팅이 왔습니다. 참여하시겠습니까?” 아리가 말한다. “응" 지민이 대답했다. 곧 홀로그램 채팅이 활성화되었다. “지민, 도윤, 괜찮아? 나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도 못 잤어. 새로운 소식 없나 밤새 피드만 돌려봤다니까?” 영채가 말했다.

 “도대체 이보나시티 사람들이 돔 밖에는 왜 나왔을까? 게다가 음악이 들려서 춤을 췄다는 건 뭐고.” 도윤이 말한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우리가 본 검은 물체와 관계있을까?” 지민이 말했다.

“우리를 공격하려다 멈춘 거대한 비행물체랑은?” 영채가 말했다. 지민은 정체불명 금속성 소리를 내며 위협하던 커다란 구름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모든 것이 연결된 것 같아.” 도윤이 말했다. 이때 알람이 울린다. 잇고맨에서 보낸 공지다.

<배달 시 공공주 행차를 이용하기를 권장-잇고맨에서 공공 주행차 이용 요금 0.2% 지원 예정>

배달 한건에 3만 원인데, 편도 9만 원짜리 공공 주행차를 타고 배달?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고 지민은 생각했다.

“어떻게 할 거야, 당분간 배달을 쉬어야 하나?” 영채가 묻는다.

“글쎄……. 즉석밥이 몇 개 안 남았긴 하지만.”

지민은 말끝을 흐리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그보다 그것 정체가 뭘까? 찐득거리는 액체 안에서 꾸물거리던 눈과 다리 말이야. 우리를 공격하려던 비행물체, 혹시 나노봇 같은 거 아닐까? 지난번 검은 물체를 발견했을 때 아리가 나노봇을 탐지했던 것도 그렇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나노봇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둔 애가 있는데 걔한테 한번 물어볼게.” 영채가 말했다. 지민은 통화를 마치고 좁은 방안을 서성였다. 불안감이 가시질 않던 참에 도윤이 준 자생식물 키트를 떠올렸다. 제조연월일이 오래되긴 했지만 자신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지민의 손에 온 식물 키트는 다 잘 자랐다. 키트에서 내용물을 꺼내고 배양액에 특수처리된 씨앗을 두 개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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