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타임6
일주일 사이 동천과 이보나시티 할 것 없이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늘어났다. 이보나시티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돔 밖으로 나와 죽는다는 것과 사망자들의 시체에는 피가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돌았다. 이들은 모두 춤을 추는 듯한 포즈로 몸이 굳어있었고 표정 또한 황홀경에 빠진 것 같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름 같은 비행물체가 몸의 형태를 바꾸며 일사불란하게 하늘을 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늘어났다. 이 비행물체가 지나갈 때는 철판을 긁는 듯한 금속성 소리가 나며 아직 직접적으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때 알람이 울렸다. 영채에게 온 메시지다. ‘사진이랑 동영상, 나노봇 잘 아는 그 친구에게 보여줬거든. 그거 봇 맞대. 그런데 이거 모기 아니냐고 묻던데?’
‘거대한 구름 같은 비행물체가 모기의 집합체라고? 그것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였단 말이지.’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도윤이 어제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 지민은 불안했다. 손마디 끝을 잘근거리며 씹었다. ‘도윤이랑 연락돼?’ 영채에게 메시지를 전송해 두고 습관처럼 블링크 피드를 열었다. 이상하리만큼 모기가 나노봇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지민은 생각했다. 우리 같은 애들이 그 검은 구름이 모기 나노봇일지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면 전 국민이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피드에는 온통 버츄돌 라키 추종자들의 커버 영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눈을 감아, 혼돈은 없어, 끝없는 환상-’ 지민은 서둘러 피드를 껐다. 지민은 이상하게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이 ‘환상’이 듣기가 싫었다.’
원인불명의 사망자 발생 속보 이후로 열흘이 지났다. 아직 지자체나 정부에서는 아무런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었다. 사망자 집계도 따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동천과 이보나시티 할 것 없이 매일 조금씩 일정한 사람들이 돔 밖으로 뛰쳐나가 춤을 추다가 죽은 것 같은 모양으로 죽었다. 이상한 점은 함께 사는 가족들조차 이들이 돔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돔 밖으로 나가는 이동 경로를 알아보려고 해도 CCTV조차 그 부분만 영상이 지워진 것처럼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더라는 피드가 가끔 올라왔다가 금방 사라졌다.
며칠째 연락이 안 되던 도윤이 새벽같이 지민의 집 앞으로 찾아왔다. 도윤은 불쑥 바이올린 현을 하나 내밀었다. 밤을 새웠는지 도윤의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지민은 당황했다.
“계속 연락이 안 되더니 이것 때문이었어? “
도윤은 말없이 뭔가를 내밀었다. 구깃구깃한 종이 포장지에 펜으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
지민은 종이에 펜 같은 걸로 뭔가를 쓴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너 이런 건 언제 배웠어?” 도윤은 조용히 눈으로 종이를 가리켰다.
감시, 인간통제, 라키, 37.5973, 126.6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