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뮤하뮤 Nov 16. 2024

버려진 초등학교

댄스타임 8

“이 숫자는 아마도 어떤 건물의 위치겠지?” 지민이 말했다. 영채도 자전거를 타고 지민의 집으로 왔다. 지민과 친구들은 좌표가 가르치는 지점에 도착했다. 버려진 초등학교였다.



“여기가 맞아?” 영채가 말했다.

“좌표상으로는 맞는데” 도윤이 대답했다.

“나, 초등학교에는 처음 와봐.” 영채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도야.” 도윤과 지민이 말했다. 이들은 아무렇게나 자전거를 세워두고 몸을 낮추며 교정을 따라 걸었다. 정원에 풀과 나무가 무성했다. 긴 옷을 입고 특이한 모자를 쓴 동상이 한 손에 책을 들고 서 있었다. 방역을 안 한 지 오래되었는지 모기떼가 유난히 극성이었다. 지민은 모기 채의 파워를 최대로 높인 후 날아오는 모기를 쳐냈다. 따닥따닥 모기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셋은 학교 현관으로 들어갔다. 현관은 열려있었다. 뭘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따로 흩어져서 살펴보기로 하고 특이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기로 했다. 지민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하도 짚어 반질반질해진 난간과 벽에 붙어 있는 아이들의 낡은 작품들이 보였다. 깨진 창문 너머 교실에 오래된 전자칠판이나 책걸상이 아무렇게 방치되어 있다. 이때 위잉- 둔탁하고 낮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민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지만은 난간을 잡고 한층 아래로 내려왔다. 음악실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예전에는 어린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나 보지? 지민은 생각하며 음악실을 열어봤다. 구식 전자칠판과 책걸상이 있을 뿐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바닥에 나무로 만든 조개처럼 생긴 물건이 하나 떨어져 있길래 일단 배낭에 챙겨 넣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아까 기계 소리가 나던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실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과학실이라는 표지판 앞에 멈춰 섰다. 문을 열었다. 선반에 깨진 비커와 갈색 약품 병, 싱크대, 인체 모형이 으스스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지만은 실험준비실이라고 쓰여있는 안쪽 방문을 열었다. 긴 튜브와 여러 개의 전선이 달린 복잡한 기계 내부의 작은 구조물이 움직이는 모습이 천천히 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다. 그 옆에는 미세한 조정 노브와 스크린이 여러 대 놓여있다. 튜브와 파이프가 정신없이 얽혀 있어 지민의 입은 떡 벌어졌다. 예전에는 어린애들에게 이렇게 복잡한 과학을 가르쳤나 보지?

얽혀있는 튜브와 파이프를 자세히 보니 내부에서 미세한 입자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지민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다. ‘어? 벽에 발라져 있는 그 물질 안에 있던 입자들과 비슷한 거 아닌가?’ 지만은 생각하며 영채와 도윤에게 과학실로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건 나노봇의 설계도 같은데?” 복잡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보며 영채가 말했다.

“여기서 모기 나노봇 실험을 한 게 아닐까?”

“버려진 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설계도를 이렇게 아무렇게나 둔다고? 도윤이 말했다.

이때 한 여자가 인기척도 없이 방으로 들어왔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흰 실험 가운을 입고 한 손에는 비커를 든 채.

여자는 태연하게 비커에 있는 액체를 후후 불며 마셨다. 흰 실험가운에는 군데군데 음식 얼룩이 지저분하게 묻어있었다.


“어라? 용케 여기를 찾아왔네? 요새 애들 누워서 피드만 본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부지런한가 봐?

어떻게 웰컴드링크 한 잔씩 드릴까? 학교 정원에 있는 자작나무 봤지? 그 껍질로 만든 차인데, 하루에 세 번씩 마시면 몸에 염증이 싹 없어져. 젊었을 때부터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 생각하며 챙겨 먹어야 하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