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타임 10
이들은 밖으로 나왔다. 정원에 있는 모기들이 끈질기게 공격해 왔다. 무의식적으로 모기 채를 휘두르며 지민은 생각에 빠졌다. 더벅머리 말로는 12시간 안에 모기가 세상을 지배할 거란 말이지, 지금이야 노래로 사람들을 돔 밖으로 유인해 피를 빨아먹지만 돔을 뚫는 것은 시간문제일 거야. 사람을 일용할 피 주머니로만 쓰겠다는 건가, 가축처럼 가둬놓고 아무 때나 피를 빨아먹고, 모기를 위해서 일하게 한다. 그게 모기 나노봇의 목표일까?
“뭐라도 해야 해.”
이들은 말했지만 뭘 해야 할지는 몰랐다. 이들의 모기 채 전력을 비롯해 시계폰 같은 개인 전자제품의 배터리가 간당간당했다. 일단 충전하러 각자의 집에 돌아갔다가 바로 이보나시티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전자기기의 배터리는 소중하다.
지민은 집에 돌아와서 초조할 때 늘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의 유어 포드를 만지작거리며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The Wind Cries Mary가 흘러나왔다. 지민은 서성이다 창가 쪽에 식물 키트에서 수확한 고수잎을 말려둔 것을 발견했다. 초조하니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한다. 고수는 잎을 말려 흡입하면 약한 환각작용이 있어서 지금은 정부가 생산을 중단시킨 유전자개량식물이다. 지민은 할머니가 했던 것처럼 얇은 종이에 말린 고수를 말았다.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였다.
“콜록콜록 켁켁”
연기가 지독했다. “웩, 할머니는 왜 이런 걸 피웠던 거지?”
어느덧 노래가 끝났다. 자동으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10초의 공백기가 있었다. 옛날에 단종된 음악 재생장치, 유어 포드의 부품은 이제 구할 수도 없다. 어? 망가진 건가? 지민은 당황해서 유어 포드를 흔들었다. 약 13초 지점에 딸깍하는 소리와 “아아, 마이크 테스트”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민은 깜짝 놀라 귀를 기울였다.
“지민아. 나다. 네가 이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고수 담배를 피웠다는 건데, 처음 맛본 고수 맛이 어때. 별로라고?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명상하면서 검은 구름으로 지구의 주인이 바뀌는 이미지를 봤어. 물론 인간이 자초한 것일 테지만 할 수 있는 건 해봐야지. 너에게 남긴 바이올린은 ‘에덴의 나무’로 만들어진 건데. 내가 캘포숲에 있을 때, 누구한테 받았어. 하도 취해서 기억은 안 나지만. 이 바이올린은 특정 주파수의 소리로 검은 구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거야. 지미 헨드릭스의 곡을 연주해. 지민아. 너는 이미 그 곡을 알고 있어. “
지민은 오랜만에 듣는 할머니 목소리에 반가움을 느끼는 한편, 내용 자체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민은 할머니가 한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 바이올린이 열쇠라고? 나 바이올린 어떻게 켜는지 모르는데”
지민은 도윤이 가져다준 바이올린 줄 포장지를 바스락대며 생각했다.
일단 끊어져 있는 줄 하나를 갈자. 그런데 어떻게 갈지?
“아리, 바이올린 현은 어떻게 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