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타임11
최상위 A.I 네트워크와 완전 동기화까지 10시간 전, 나노봇-모기는 주변의 형체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구름은 금속성 소리를 내며 입체적으로 그 모습을 바꿨다. 비둘기 모양으로 모기의 수가 점점 늘어나며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고개를 빼더니 정신없이 흔들며 모이를 쪼아 먹는 시늉을 했다. 비둘기 날개와 작은 새 머리가 찰흙처럼 뭉쳐지더니 가느다란 동공을 가진 커다란 고양이가 되었다. 고양이는 하늘에서 기지개를 쭈욱 켜더니 이빨로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기의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 고양이의 몸집은 점점 불어났다. 태연하게 손톱을 손질하던 고양이의 형상은 고층 건물의 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앞발로 치면서 놀기 시작했다. 냥 펀치의 위력은 대단했다. 고양이의 앞발이 닿는 곳은 움푹 파이고 부서졌다.
고양이 형상은 느긋하게 걸어서 동천을 지나 이보나시티 방충돔 앞까지 왔다. 그것은 하품을 하고 앞발 두 개를 들어 방충돔을 긁기 시작했다. 박박 박박. 보안팀이 당황하며 방충돔 전자파를 최고로 올렸다. 이 고양이 형상의 나노봇-모기는 미동도 없었다. 방충막이 파괴되고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이 와중에도 시계 폰을 들어 이 믿지 못할 광경을 촬영하고 피드에 올렸다.
“고, 고양이, 아니 모기떼가 이보나시티를 침략했습니다. 믿어지시나요, 여러분?”
이때 꿀렁꿀렁하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 형상이 털 뭉치를 토했다. 엄청난 양의 모기 덩어리가 이보나시티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 모기 덩어리들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연약하고 부드러운 인간의 피부밑 혈관에 주둥이를 박고 마음껏 피를 마셨다. 사람들은 물린 부분이 간지러워서 경련하기 시작하는 데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온몸의 피를 다 빨리고 심장이 멎는 순간까지 신나게 춤을 추다 눈을 홉뜨고 바닥에 쓰러졌다. 고양이의 눈알이 흘러내리고 늘어진 혀가 땅까지 닿는가 싶더니 이내 나선형으로 단단한 두 개의 기둥을 만들어 올라갔다. 기다란 팔과 두꺼운 열 개의 손가락 한 손에 뭔가를 만들어 잡았다.
“저게 뭐야?”
“으악, 모기 채다!”
사람들은 이 괴이한 광경을 보며 우왕좌왕 도망쳤다. 거인은 손에 모기 채를 쥐더니 사람을 보이는 대로 터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비명도 못 지르고 타탁 하는 소리에 작은 연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뒤늦게 무장하고 도착한 사설 경찰과 대기업 용병이 강화 슈트를 착용하고 모기-나노봇-거인 앞에 섰다. 선두에 있는 용병이 EMP(Electromagnetic Pulse Gun) 발사기를 작동시켰다. 강력한 푸른 전자기파가 거인에게 퍼져나간다. 거인의 머리카락이 잠시 흔들리며 머리카락 부분을 이루던 모기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거인은 민머리가 된 자기 머리를 한번 천천히 만져보더니 화가 난 듯 몸집을 더 키웠다.
용병들은 당황하며 더 강력한 고주파 발생기를 켰다. 고주파가 발생하자 거인의 단단한 다리는 잠시 휘청거렸지만 이내 균형을 잡고 용병들을 마구잡이로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지민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 되었다. 그냥 앉아서 모기전용 피 주머니가 되느니 뭐라도 해본 피 주머니가 후회는 없을 거다. 시간이 별로 없다. “개인 전자장비 전력 45% 충전”아리가 말했다.
지민은 옷장에서 할머니의 긴 꽃무늬 가운을 방충복 위에 걸쳐 입었다. 배낭에 바이올린과 활을 넣고 자전거를 타고 이보나시티로 입구로 달려갔다. 영채와 도현이도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거리에는 춤추다 죽은 듯한 사람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도윤은 포터블 앰프를 들고 왔다. “재활용장에서 찾은 앰프를 개조했어. 출력이 30와트인데 이 버튼을 누르면 200와트까지 충분히 커버될 거야.”
“얼른 가자. 지금 거인이 이보나시티 3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대" 영채가 말했다.
지민은 영채에게 초등학교 음악실에서 주운 나무로 된 조개 같은 걸 건넸다.
“이따 같이 연주하자. 혼자 하긴 좀 뻘쭘해서.”
“이걸로 같이 연주를? 그래. 열심히 해볼게.”
“아 맞다” 지민은 도윤에게 할머니의 펜던트를, 영채에게는 나풀거리는 머리띠를 둘러주었다.
“이게 뭐야?”도윤과 영채가 물었다.
“히피-라는 거야.”
아무튼 하는 수밖에 없어. 셋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결연한 눈빛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