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탁월하게 쓰는 법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
그중 한 분이 유퀴즈에 출연하신 ‘86세 플랭크맨’으로 소개된 김영달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오전 9시-눈뜨자마자 7분 플랭크
오전 10시-아침 먹고 스쾃 330번
오전 11시-계단 22층 오르기
오후 12시-만 보 걷고 뛰기
오후 2시-점심 먹고 독서 및 음악 감상
오후 5시-앱으로 외국어 공부 2시간
86세의 노인의 하루일과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고강도의 운동과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빽빽하다. 사지 멀쩡한 20대인 나에게 같은 하루를 살아보라고 하면 하루 만에 녹초가 되어 기절하듯 잠에 들 것 같다. 하지만 하루에 플랭크 10초, 스쾃 10번, 계단 1층 오르기, 천 보 걷고 뛰기, 외국어 공부 10분이라면 ‘별 거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할아버지의 시작도 그랬다.
할아버지의 꾸준함의 역사에 대해 들으면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1. 쉬운 것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원래 65세까지는 마라톤을 180회 완주할 만큼 마라톤을 즐겨했다가, 몸에 무리가 오는 걸 느끼고 마라톤을 그만두셨다고 한다. 어느 날 TV에서 플랭크를 처음 접하고, 하루에 10초씩 하는 걸로 시작하셨다. 1주일에 1초씩 늘려 3년을 꾸준히 한 지금은 플랭크를 7분 동안 하신다. 영어 공부의 시작은 영어소설 100페이지 읽기였다. 다 읽지 못한 날에는 읽지도 않고 책장을 휘리릭 넘기고 100페이지를 채웠다. 플랭크를 하루에 1초 늘리는 걸 목표로 잡았다면? 영어소설 100페이지를 끝까지 모두 읽으려고 애썼다면? 방송에서 직접 플랭크 시범을 보이시면서 ‘플랭크가 얼마나 쉽냐면, 누워있다가 그대로 엎드리기만 하면 됩니다. 힘들면 무릎을 꿇고 하면 됩니다.’라고 하시며 신나게 설명하신다. 플랭크는 헬스장에 갈 필요도, 운동기구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내 몸에 맞게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 이렇듯 내가 가볍게 할 수 있는 정도를 목표로 삼고, 시작을 쉽게 만들어야 시작할 수 있다. 시작부터 어렵고,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면 영어책을 펴는 것조차 싫지 않았을까.
2. 재밌다고 느끼는 것을 한다.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책방에서 영어소설을 발견했는데 값도 아주 싸서 영어소설을 사 하루에 100페이지씩 무작정 읽었다. 그렇게 6개월 지나니 이 책이 쉬운지 어려운지 알 수 있었고, 공부가 아닌 재미로 다가왔다. 꾸준한 영어 공부는 대학을 자퇴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뉴욕에서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포틀랜드의 서던메인 대학교에 교수로 취임하셨다. 10살 때부터 읽은 영어책 100페이지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큰 결괏값이 아닌가? 할아버지는 운동도 외국어공부도 누가 하라고 시켜서 하지 않았다. 자신이 먼저 흥미를 느끼고 재밌다고 느낀 것들만 했다. 자신이 꾸준히 해온 것에 대해 시종일관 웃으며 이야기하시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거 진짜 재밌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들을 할 때 꾸준히 할 수 있다. 하기 싫은 걸 꾸준히 하려고 하면 목적도 의미도 잃은 채 해야 한다는 강박만 남게 된다.
3. 성취감을 주는 표시를 한다.
할아버지는 어떤 걸 시작할 때 달력에 늘 표시를 했다. 본인이 정한 목표량을 채우면 달력에 체크를 하고, ‘해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심어주었다. 흔히 사람들은 동기가 있어야 행동을 하고 성취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때로는 행동이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영어책 100페이지 읽기로 영어공부를 했는데 다른 건 못할까 싶어 같은 방법으로 불어를 습득하셨고, 얼마 전 독일어 공부도 시작하셨다. 지금은 앱으로 외국어 공부를 하시는데, 방송에 잠깐 나온 화면을 보니 중국어 공부도 하고 계셨다. 연신 아주 재밌다는 말을 하시며.
“아직도 배울 것이 무지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시간이 지루하다고도 하는데 저는 시간이 모자라죠.”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김영달 할아버지가 한 말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시작과 성취와 꾸준함의 재미를 아는 사람은 시간이 모자라고, 무언가를 할수록 하고 싶은 게 더 생겨난다.
꾸준한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탁월하게 쓰는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시간을 탁월하게 쓰도록 도와주는 게 루틴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행위를 매일 조금씩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는 것. 할아버지는 이 루틴을 활용하셔서 많은 것을 이루신 거라고 생각한다.
나름 주변 사람에 비해 꾸준히 무언가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김영달 할아버지의 에피소드를 보고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하면서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무엇이든 시작을 쉽게 만드는 것. 나에게 언제든지 시행착오할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렇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탁월한 삶이 되었으면 한다. 누군가 나의 꾸준함을 보고 내가 느낀 것처럼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감동이 또다시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쉽게, 재밌게 시작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