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루틴을 찾는 법
나의 메모장 속에는 나만의 꾸준함 리스트가 있다.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하고 그 시도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것들을 기록해둔 것이다. 나는 이걸 '리추얼 루틴'이라고 부른다.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이렇다.
1. 운동: 343일째
2. 블로그 기록: 283일째
3. 성경 필사: 148일째
4. 유기견 산책 봉사: 87일째
5. 목요일의글쓰기: 79일째
6. 피스룸(묵상루틴클럽): 75일째
7. 밀가루 없는 월요일: 76일째
8. 보컬 레슨 받기: 68일째
9. 인스타그램 독서 계정 운영: 25일째
10. 인스타그램 리추얼 계정 운영: 20일째
11. 오전 5시 기상: 11일째
12. 브런치 글쓰기: 2일째(NEW!)
나의 꾸준함 리스트에는 1년 가까이 유지해온 것부터 브런치 글쓰기처럼 이제 막 시도한 것들도 있다.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시작한 날짜를 기록해두기 때문에 얼마나 꾸준히 해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각 항목마다 매일 하는 것들이 있고, 주 1회나 월 2회처럼 간격을 두고 하는 것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주기를 정한 후 습관화 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루틴을 유지한 기간이 며칠 째인지 적어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루틴을 한 번에 시작한 것은 아니다.
가장 오래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다. 처음에는 운동 하나만 꾸준히 하는 것도 힘겨웠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 헬스장이나 운동학원에 가는 게 귀찮아서 집에서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운동으로 시작했다. 매일 유튜브를 틀어놓고 하루 30분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습관이 자리 잡힌 사람들은 운동 시간이 1시간에서, 길면 2-3시간이다. 나는 운동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시간, 운동 영상을 찾아 켠 후, 운동이 끝난 자리를 정리하는 시간 등을 포함해서 1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체중감량이나 몸을 만드는 데에 간절했다면 당장 PT를 끊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중요했던 건 '나의 힘으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가' 였다. 퇴근 후 소중한 저녁 시간을 1시간 넘게 운동에 쓰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했다면 분명 운동할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밍기적거렸을 것이다. '하기 싫다. 귀찮다. 1시간이나 걸리네. 운동 말고도 휴대폰으로 찾아보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운동에 1시간이나 써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이어져 결국 작심삼일로 끝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운동 시간을 30분으로 정하면 8시에 운동을 시작해도 9시가 되기 전에 씻고 자리에 누워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런 가벼운 마음과 목표로 시작하니 매트를 펴고 영상을 트는 데까지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 힘으로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걸 매일 느끼며 매일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꼈다. 1년 가까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디프로필이 아닌 성취감이었다. 남들이 다 하는 1시간 운동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30분 운동을 했기에 힘들이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다. 나에게 맞는 운동 루틴을 만든 것이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으면 30분 운동은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1시간 운동을 목표로 했다가 한 달도 안 돼서 포기하는 것보다 매일 30분 운동을 평생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30분이 힘들면 20분, 10분 운동으로 시작해도 괜찮다. 나도 운동을 하기 싫은 날에는 30분 산책을 하거나 운동 시간을 15분으로 줄이기도 했다. 정답은 없다. 내가 즐겁게 하고 끝난 뒤 기분이 좋아질만큼의 성취를 얻은 것으로 충분하다.
지금은 운동 시간이 50분으로 늘었다. 운동 시간이 늘었지만 운동을 시작하기 전의 마음가짐은 바뀌었다. 귀찮지만 애써 몸을 일으켜 매트를 펴는 대신, 운동에 몰입하기 위해 미리 매트를 깔고 옷을 갈아입고 휴대폰을 켜둔다. 나 스스로 운동 시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어느 순간 운동은 반복적으로 하는 '루틴(routine)'에서 내가 의식적으로 준비하는 마음이 더해져 '리추얼 루틴(ritual routine)'이 되었다. 운동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내 몸이 자동화가 된 것이다. 오해할까봐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1일차부터 온전히 자동화가 된 것이 아니다.
운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집에서 운동을 한다. 누군가에겐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보다 헬스장이나 운동 센터에 등록해서 다니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다. 내가 운동 시간을 나 자신에게 맞춘 것처럼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운동을 하기 전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루틴을 추가해도 좋고, 운동이 끝난 후에 또다른 루틴을 추가해도 좋다. 나는 운동 외에는 다른 것들을 신경쓰지 않도록 운동 전에 모든 일들을 끝낸다. 운동 후에 샤워만 간단히 할 수 있도록 양치질, 방 정리를 미리 해둔다. 운동 중 목이 마를 수 있으니 미리 물을 마시고 운동 영상을 바로 재생할 수 있도록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영상을 띄워둔다.
운동을 예시로 들었지만, 다른 꾸준함 리스트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동일하다. 하나의 루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의식적인 준비와 마무리를 한다. 글을 쓸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정해두고, 밀가루 없는 월요일을 함께 할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월요일 아침마다 인사를 하고, 블로그에 올리고 싶은 사진들을 많이 찍어둔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루틴으로 만들고, 루틴들로 하루를 보내면 하루하루가 충만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리추얼 루틴을 꾸준히 할수록 루틴들은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만약 루틴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시작한 날짜를 꼭 기록해두고 쌓이는 날 수마다 뿌듯함을 느꼈으면 한다. 하나씩 그리고 천천히.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리추얼 루틴을 찾아가는 재미도 맘껏 누리길 바란다. 어느날 하나의 루틴에서 뻗어나간 여러 루틴들로 채워진 하루를 마주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