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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an 19. 2024

조우(遭遇)



아직도 그 베이커리가 있을까?

시가지 한복판 커다란 빌딩 1층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였다.

혼잡한 그곳을 좋아했다.

회전율이 빠른 테이블과, 창밖에 보이는 분주한 사람들, 저마다 목적지가 있어 바삐 움직이는 차량들의 흐름을 보며 널 기다렸다.


기다림이 행복했었던 몇 안 되는 기억 중 하나다.

책 한 권을 달랑달랑 들고서,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짤랑거리는 가게의 문소리에 한 번씩 그쪽을 쳐다보았다.

어느 날은 눈이 내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플라타너스나무의 잎사귀가 우수수 떨어지기도 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새에서 널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커다란 빌딩, 빌딩보다 먼저 자리 잡았을 플라타너스나무들, 그사이를 바삐 오가는 사람들.

나는 그 길을 사랑했다.


그땐 기다림이 좋았다. 기다림이 갑과 을의 관계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불평등의 무게추를 달지도 않았다.


오늘, 그 어릴 적 어린 왕자와 여우 같은 ‘기다림’과 조우하러 간다.

여전히 창밖은 분주할 테며, 카페는 아늑할 테고, 나를 제외한 다른 풍경들은 빨리 감기가 되겠지.

그리고 짤랑 소리가 나면 여전히 카페출입문을 곁눈질할 것이다.

그리곤 네가 들어오겠지 머쓱하게 웃으며. 그럼 난 읽던 책에 가름끈을 하고 널 바라볼 것이다.


오래된 그 친구와 만나게 되면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나이 먹은 양버즘나무의 이야기, 내면의 나이테는 어찌 쌓아왔는지, 그리고.

어린 왕자와 여우의 이야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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