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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Feb 01. 2024

여름의 빌라 - 백수린소설

며칠전에 다녀온 헤어샵이 마음에 든다. 히피스타일로 헤어롤을 만 다음에 묶일만큼만 남기고 전부 머리칼을 잘랐다. 

꽁지머리만 남기고 흐드러지는 곱슬머리가 꽤 만족스럽다. 

단정함보다는 자유로움을 선택했다. 풀어도 제법 볼만하다. 초원을 달리는 한마리 사자가 생각난다. 고고한 가젤을 닮았으면 좋았겠지만 사자도 나쁘지않다. 제법 사자스럽다. 갑자기 사자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잘 꿰어진 여덟편의 소설이 실려있는 소설집이다. 백수린 작가님만의 특유한 모티프가 관통한다. 어떤 소설은 일인칭 관찰자 시점, 어떤소설을 3인칭 전지적작가시점이다. 대중 없어 보이지만, 각 소설마다 여운이 꽤 길다. 단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집을 관통하는 분위기가 있듯이, 백수린 작가님도 모든 소설을 아우르는 맥락이 존재한다. 이민자들, 유학생들이 자주 등장하며, 보통 어머니나 할머니는 동경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모범적이지만 내면의 결핍이 있는 주인공인 학생이나 어른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먼 미래의 나의 글들도 그렇게 성숙해 질까? 누가봐도 내 글인것을 알만큼 나만의 색을 가질수 있을까? 설레이면서도 다소 두렵다. 일관성과 나만의 색을 가지기엔, 지금 너무 방황하고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는 부사를 사용할수는 있을까? 항상 번뇌인 나의 삶에 '지금'이라는 단어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 그러니까, 어떤 이와 주고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 다는 사실을 말이다.


#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만 같은 대기가 얇고 부드러운 껍질처럼 우리를 감쌌고 나는 그 안에서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꼈다.


# 나는 내 앞에 남은 밥을 천천히 씹어먹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건너다보았다. 창 너머에는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살이 접힌 채 해변에 일렬로 늘어서있는 파라솔들은 불꺼진 케이크의 초 같아 보이기도 했으며 날개가 꺾인 새들같이 보이기도 했다. 바람이 불면 파라솔의 몸체가 흔들렸고 이젠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고 옅은 슬픔같은 것이 가슴안에서 서서피 퍼졌다.


# 베레나, 이것만큼은 당신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신의 기억이 소멸되는 것마저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순리라고 한다면 나는 폐허 위에 끝까지 살아남아 창공을 햐해 푸르게 뻗어나가는 당신의 마지막 기억이 이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초라한 골목이 어쨰서 해가지기 직전의 그 잠시동안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워지는지, 그 때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다만 그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는 동안 내 안에 깃드는 적요가, 영문을 알 수 없는 고독이 달콤하고 또 괴로워 울고 싶었을 뿐.


#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사는거야


#기간이 갈수록 할머니 안의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였다. 처음엔 곧 녹을 수 있을 듯 얇은 막으로. 하지만 이내 허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두텁고 단단한 층을 이루었겠지. 


# 인생에 무엇을 기대한다니,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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