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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소비자 인터뷰

by Harper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소비자 인터뷰를 하는 시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소비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듣으며 인사이트를 얻고, 그 해결방안에 대한 힌트를 얻었을 때의 희열이 엄청나거든요.


하지만 모든 인터뷰에서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인터뷰를 하고 뾰족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이전 글에서 인사이트가 무엇인지, 인사이트를 강화하기 위한 질문인지를 설명드렸으니 참고해 주세요.



1. 리크루팅


먼저, 인터뷰를 진행할 소비자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뷰 전에 5-10분 정도 사전 미팅을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사전 스크리닝에서는 소비자의 어려움, 행동변화, 그리고 디테일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검증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 브랜드/제품/솔루션을 의도적으로 바꾼 소비자들, 특별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보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소비자들, 그리고 고충과 솔루션을 찾는 과정과 감정을 자세히 공유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풍부한 스토리를 전해줄 수 있어요. 소수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뷰의 양보다 질이니까요.


2. 인터뷰


인터뷰를 할 때 자주 하는 실수는, 너무 많은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라는 기회가 오면 여러 가지 아젠다를 더하고 붙여 결국 스피드 퀴즈처럼 피상적인 질의응답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소비자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경우에는 소비자의 행동이 변하는 특정한 순간에 집중하고, 이를 확대해서 아주 깊이 다루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생각하고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의 타임라인을 따라가 보세요. 사용하던 제품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그 순간을 만들었던 사건,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과정에만 집중해도 깊은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어요. 각각의 순간들에 소비자들의 감정과 행동에 집중해 보세요.


중요한 것은 "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소비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 것을 알아내는 거예요. "왜"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소비자가 이미 자신도 모르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동기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접적으로 "왜 그렇게 하셨나요?"라고 묻는다면 소비자는 논리적으로 답하려고 하거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대답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을 하면 더 진솔하고 실제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런 일을 겪으셨던 때가 언제인가요?"
"어디서 벌어진 일이었나요?"
"누구와 함께 있었나요?"
"그 사람은 무엇을 했나요?"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런 식으로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순간에 대해 질문하면 소비자가 본인의 행동이나 선택을 설명하면서 내재된 '왜'를 드러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왜 이 제품을 선택하셨나요?" 대신에 "이 제품을 고를 때 어떤 것들이 눈에 들어왔나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라고 물으면,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을 선택한 이유를 스스로 떠올리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결국, '왜'를 직접 묻지 않고도 '왜'를 알게 되는 질문은 소비자가 자신의 경험과 동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세요. 특정한 시간과 사건에 대해서 질문하세요. '보통', '평균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 혹은 '마지막으로' 무엇을 했는 것을 묻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적인 질문 (만약 ~라면, 결정을 바꾸시겠어요?)을 하지 말고 실제 행동 (~했나요?)에 대해 질문해 보세요.


<인터뷰 시 주의할 점>


✅ 매우 구체적인 순간으로 확대하세요.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추측하지 마세요. 소비자에게 직접 묻고 들으세요.

✅ 가정적인 질문이나 유도 질문을 하지 마세요.

✅ 추상적인 단어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___’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 침묵은 긍정적입니다. 소비자가 기억하거나 생각하는 중이라면 성급히 끼어들지 마세요.

✅ 모든 행동에서 ‘마지막 순간’을 물어보세요. 이를 통해 해체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중 메모>


아래 내용을 바탕으로 노트테이킹을 하면 핵심 통찰 (Key AHAs)을 뽑아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 변화를 일으킨 사건들

✅ 소비자가 겪고 있는 고충

✅ 감정

✅ 보상적 행동

✅ 행동 변화를 진척시키는 요인 (예시: 사람들의 시선에서 오는 당혹스러움, 인플루언서 리뷰)

✅ 행동 변화를 막는 요인 (예시: 익숙한 현재 솔루션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 새로운 제품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 고려했던 솔루션과 선택/비선택의 이유


3. 인사이트 도출


인터뷰 후에는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 인사이트는 크게 3가지 파트로 이루어집니다.


파트 1: 현재 관련된 맥락에서 하고 있는 구체적인 행동
파트 2: 현재의 행동이 주는 문제, 긴장감 혹은 딜레마
파트 3: 거기서 오는 감정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겪는 고충의 순간과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에요. 각각의 포인트에 대해 논의할 때는 다음에 주의해 주세요.


1. 소비자 스토리가 뒷받침되도록 주의하세요. 소비자가 말했던 내용의 점을 임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짜 소비자가 이야기한 내용이 맞는지 파악하세요.
2. 솔루션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뤄주세요. 솔루션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현재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우선순위나 제약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생산적이고 건강한 논쟁의 여지를 허용하세요.


인터뷰와 인사이트 도출 과정은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깊은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활용해 본 유용한 팁이나 경험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의견을 모으면 더 나은 인사이트 도출과 아이디어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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