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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per Feb 29. 2024

싱가포르 최초의 도시계획|Civic District

Civic District는 싱가포르 강 근처에 라플스 플랜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라플스의 도시 개발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개발된 영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구역입니다.


이전 글에서 1819년 영국인 라플스가 싱가포르에 상륙해서 로컬 술탄과 우정의 조약을 맺었고, 이에 따라 싱가포르가 영국의 식민지가 된 이야기에 대해 전해드렸어요. 이후 1822년에 라플스의 비전에 따라 도시 개발 계획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초기 싱가포르 발전의 지침이 되었으며, 당시에 만들어진 건물들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건물 하나하나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답니다.



아시아 문명 박물관 (Asian Civilisations Museum)


현재 아시아 문명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1800년대에는 영국 주도의 각종 정부 부처의 사무실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관료가 여기서 근무했는데, 공공시설 및 의료 부서, 회계/재무 부서, 우체국, 식민지 엔지니어 사무소, 경찰 총장 사무소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1965년 싱가포르가 독립을 얻은 이후에도 이 건물은 정부 건물로 기능했습니다. 시민권 등록소와 이민국 및 출생 등록소가 한때 이곳에 있었어요.


1980년대에 관료 및 정부 부서가 건물을 떠나면서 건물을 개조하여 박물관으로 재개장했습니다. 현재는 중국,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및 서아시아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어요. 무역과 실크로드는 가장 유명한 전시 중에 하나입니다. 1998년에 싱가포르에서 남동쪽으로 600km 떨어진 곳에서 우연히 발견된 아랍 좌초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전시입니다.  



약 1100년 전, 귀중한 당나라의 화물을 싣고 있는 아랍 선박이 광저우 항구를 떠났습니다. 이 선박은 약 18m 길이로, 페르시아 만의 선박에서 주로 발견되는 목재와 건조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선박은 중동에서 중국 남부로 항해한 다음, 그곳에서 거대한 화물을 싣고 다시 돌아오는 중이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어요. 좌초선에서는 당나라 시기(618-907)의 도자기와 고금 및 은 장식품, 청동 거울 등이 무려 60,000점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은 9세기 초반부터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지역이 이미 무역로의 중심에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지정학적 특징은 싱가포르를 세계 최대의 물류 허브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빅토리아 극장 (Victoria Theatre)



가운데 시계탑을 중심으로 왼쪽에 빅토리아 극장 (Victoria Theatre)과 오른쪽에 빅토리아 기념관 (Victoria Memorial Hall) 두 건물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왼쪽 건물과  오른쪽 건물이 약 40년 차이를 두고 지어졌다는 것인데요, 1862년에 처음 건물을 만들 때에는 왼쪽 건물만 있었다고 합니다. 마을 회관으로 사용하고자 만들었는데 크기가 작아서 활용이 쉽지 않았다고 해요. 그 이후 1900년대 초반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관 건설이 결정되고, 마을 회관을 기념관 설계에 통합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오른쪽에 똑같은 모양의 건물을 하나 더 만들고 가운데에 두 건물을 연결하는 시계탑을 세워 현재의 모습이 완성되었다고 해요. 현재에는 공연 예술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Singapore)


싱가포르 대법원과 시청 두 건물이 2015년 11월에 내셔널 갤러리로 재탄생하였습니다. 돔 지붕이 있는 곳이 대법원 건물이고, 그 반대쪽 건물이 시청 건물입니다.



두 건물을 캐노피와 다리로 연결하고, 슈퍼트리라고 불리는 기둥이 천장을 지지하고 있어요. 왼쪽이 대법원, 오른쪽이 시청이고 예전에는 이곳이 사람이 다니던 거리였다고 합니다.



대법관이 업무를 보던 곳, 재판이 진행되던 곳, 리콴유가 총리로 선출된 곳,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 항복하면서 영국군과 협약에 사인한 곳 등등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공간들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예술품을 그 공간 안에 전시해 둔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현재는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아트 컬렉션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세인트 앤드류 성당 (St. Andrew's Cathedral)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알려져 있고, 가장 오래된 영국 성공회 교도의 예배 장소이기도 합니다. 1836년에 지어진 후에 1850년대에 두 번이나 번개를 맞았다고 해요. 그 이후에 파괴된 건물을 재건축했습니다. 영국식의 외관과 인도식 건축 기법의 내관이 특징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싱가포르가 함락되기 직전에는 잦은 공습에 대비해 응급 의료 시설로 사용되기도 했었다고 해요. 뾰족한 첨탑이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파당 (Padang)


파당(Padang)은 말레이어로 평지를 의미합니다. 세인트 앤드류 성당과 내셔널 갤러리 앞, 마리나 베이 뒤편에 위치한 파당은 1965년 8월 9일에 싱가포르의 독립을 선언한 장소입니다. 현재는 여러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주말 저녁 가족과 친구들이 잔디밭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차임즈 (Chijmes)



차임즈는 수석 치안 판사 직원의 거처로서 1840년에 지은 콜드웰 하우스 (Caldwell House)라는 건물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이 건물은 1852년부터 가톨릭 수녀원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주변 부지를 더 매입하여 여학교와 고아원, 기숙사로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도 일제 강점기를 겪었는데, 1942년 2월 15일에 일본 전투기가 4개의 폭탄을 단지에 투하했습니다. 정문 근처, 고아원 근처, 예배당 옆 들판, 여학교 운동장에서 폭탄이 터져 단지가 크게 파괴되었습니다. 이후 학교는 일본의 권위 하에 빅토리아 스트리트 여학교 (Victoria Street Girls' School)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고, 수녀들은 영국인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완장을 차고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야 했습니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한 이후에 학교는 이전 이름으로 재개되었습니다. 1983년에 싱가포르 정부가 수녀원으로부터 토지를 인수했고, 학교는 Toa Payoh에 있는 부지로 이전했습니다. 예배당은 봉헌되고, 수녀원은 폐쇄되었습니다. 현재 차임즈는 광범위한 복원 사업과 재개발을 거쳐, 세련된 다이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차임즈의 고풍스러운 예배당은 결혼식 장소로 인기가 많고, 예배당 밖 정원에는 레스토랑 야외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유럽의 광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해질 무렵 저녁에 불빛이 하나 둘 켜지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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